[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5)제주 가치를 키우는 기업들

[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5)제주 가치를 키우는 기업들
"관광객도 도민도 행복한 여행을"
  • 입력 : 2018. 04.10(화) 2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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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태관광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사람과 자연, 지역이 함께 행복한 여행을 추구하고 있다. 사진=제주생태관광 제공

개발위주 정책 지속가능성 낮아
사람·자연·지역 소통 여행 추구

'제주'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는 물음에 많은 이들은 '관광지'를 손꼽는다. 숫자 늘리기에 몰두해온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017년 1500만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그같은 관광의 양적성장의 과실이 도민에겐 고루 돌아가지 않고, 천혜의 자연과 문화를 되레 망치고 있으니 도민은 제주를 찾은 손님이 마냥 반갑지가 않다. 난개발로 손님 입장에서도 제주의 매력이 전같지 않다는 소리가 나온다. 늘어난 관광객 숫자만큼 제주경제가 든든해지고, 지역주민의 행복지수도 높일 방법을 고민하는 기업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여행전문 사회적기업인 (주)제주생태관광(대표 윤순희, 고용희)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람과 자연, 지역이 함께 행복한 여행'이다.

퐁낭이 만드는 제주올레의 상징인 간세인형. 사진=제주사회적경제 매거진 '제주와' 제공

2001년 역사문화기행 전문여행 '이야기 제주'에서 출발해 2003년 생태문화해설사 6명이 새로운 관광문화를 일궈보자며 제주생태관광을 설립했고, 201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생태관광'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2000년대 초반은 곶자왈 파괴가 사회문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는 이들의 고민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수입이 돌아가고 여행자도 행복한 제주관광의 지속가능성'이었다.

그런 고민은 습지·곶자왈·오름·하천 등 제주의 독특한 생태체험에서부터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지친 수학여행이 아닌 몸과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감성 충만 교육프로그램, 바다와 숲에서 휴식과 팀워크도 키우는 풍(風)힐링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에선 지역주민들이 꾸리는 숙소나 로컬푸드 맛집을 이용하고 농산물도 구입한다.

환경부의 생태관광 성공모델 육성지로 선정된 조천읍 선흘1리에서 지역주민과 협력사업도 진행했다. 더디지만 지역주민들이 마을자원의 가치를 조금씩 알게 되고 공동체가 더 끈끈해지는 경이로운 여정이라고 했다.

고용희 대표는 "예전엔 대규모 개발을 해야 마을에 이익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지역의 자연환경에 관심갖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한다.

유한회사 퐁낭(대표 박선경)은 올해 안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목표로 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인큐베이팅한 기업으로, 박 대표는 제주올레에서 교육을 담당하다 2014년 퐁낭 출범 후 올렛길을 플랫폼으로 대표기념품인 간세인형에서 숙소, 여행사업, 지역과의 소통을 위한 마을 콘텐츠 교육, 제주만의 색깔을 담아낸 인센티브 여행 기획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퐁낭'은 팽나무의 제주어다. 마을 입구마다 있는 팽나무가 마을의 정자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었던 것처럼, 퐁낭이 지역에서 그늘이 되고 주변 사람들과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느릿느릿하게 제주를 걸으며 즐거움을 느끼는 제주올레의 상징인 간세인형은 못쓰는 자투리 천이나 솜을 이용해 손바늘질로 만든 친환경 수공예품이다. 50~60대 여성들이 만들어서 납품하는데 꼼꼼한 검수과정을 거친다. 작년 11월엔 서귀포지역자활센터와 협약을 맺어 교육중인 이들이 있어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박선경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지역에서 점차 잊혀지는 제주다움을 지킴으로써 다른지역과 차별화되고, 지속적으로 잘 살 수 있는 제주다움을 살려나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제주, 모두에 차별없는 열린 여행지여야

장애인 전문여행사 '두리함께' 여행길 개척
관광지·식당·숙소 80여곳의 접근성 등 조사
"장애인에게 여행은 세상밖으로 나서는 기회"

여행, 그 단어만으로도 특별한 설렘을 준다. 가보고 싶은 맛집이나 장소를 떠올리는 데서부터 여행은 시작되고 힐링이다.

그런 비장애인들과 달리 대부분의 장애인들에게 여행은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비행기를 타는 일에서부터 관광지나 식당으로 들어서는 계단 하나가 산보다 높은 장애물이다. 여행에 대한 욕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엄두를 못내는 이유다.

장애인 전문여행사 두리함께는 장애인을 위해 '차별없는 여행'을 모토로 내걸고 접근 가능한 여행을 열어가고 있다. 사진=두리함께 제공

장애인 전문 여행사 '두리함께'는 그런 장애인을 위해 '차별없는 여행'을 모토로 내세운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지난 5일 찾은 제주시 연동 소재 여행사 사무실 칠판엔 전국 각지 장애인들의 여행 일정이 빼곡했다.

이보교 이사는 국제회의나 이벤트 등 마이스산업(MICE) 전문기획자에서 도내 한 사회복지법인에서 장애인관광 업무를 담당하다 2014년 장애인 전문 여행사 두리함께를 설립했다.

"20년 가까이 여행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도 거리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본 기억이 없었을 정도로 장애인 여행은 생소했다"는 이 이사. 그녀는 누구나 쉽게 걸어가는 여행길이 다른 누군가에겐 문턱높은 고행길이라는 제주관광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무장애여행(접근가능한 여행)이란 길을 열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장애유형별로 맞춤여행 서비스를 제공, 무장애여행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중심에 둔 일이기도 하다.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특장차를 직접 구입할만큼 누구에게나 접근가능한 여행지 제주에 대한 욕심은 넘쳤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찮았다. 비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여행사는 예약만 해주면 되지만 장애인의 경우 휠체어 탑재가 가능한 항공기에서부터 휠체어를 타고 접근가능한 관광지, 숙소, 식사 등 여행의 모든 과정이 불편하지 않게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관광지는 휠체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지. 식당과 숙소 출입구 단차에서부터 입구의 문 폭, 전동·수동휠체어의 화장실 접근에 문제는 없는지를 80여곳을 직원들이 직접 줄자를 들고 찾아가 확인하는 건 기본이었다.

더 힘든 건 사회의 편견이었다. "초반엔 항공권 예약도 비장애인 손님이 없는 한낮 시간에야 가능했고, 식당에선 비장애인이 몰리는 시간은 피해 오라고 해 식사조차 제 시간에 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상황은 달라졌을까? "장애인 서비스를 전담하는 항공사가 생겨났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한 이동식경사로를 갖추는 식당에서부터 사무실까지 찾아와 판촉하는 호텔도 생겼으니 사회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두리함께를 통해 제주를 여행한 장애인은 2016년 1800명에서 2017년에는 4000명이 넘었을만큼 증가 추세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2015년 조사를 보면 등록장애인 250만명 중 93%가 여행을 원하지만 실제 여행을 경험한 이들은 9.3%에 그칠만큼 장애인들에게 여행은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이다.

장애인 개별여행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3차례 진행한 패키지상품인 온드림패키지로 제주를 찾은 40대 여성은 여행 첫날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는데, 마지막날엔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며 고맙다"고 했다. 이 이사가 "장애인들에게 여행은 곧 세상 밖으로 나서는 기회다. 장애인들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여행소비의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보교 '두리함께' 이사 "무장애 여행사 인증제 도입 필요"

"제주 관광산업이 지속가능하고 질적 성장을 이루려면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여행하는데 불편이 없는 '무장애여행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이보교 이사.

그녀는 "무장애여행 환경을 위해 제주도에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통한 장애인 전문여행사 인증제를 도입해 전문산업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말한다. 몇 년 전 '제주도 관광약자의 접근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도 제정됐지만 이동약자를 위한 행정의 정책의지는 여전히 부족하고 변화속도도 더디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작년 제주에서 장애인여행 활성화를 위한 토크쇼를 진행한 적이 있다. 행사에 앞서 제주도 관광 관련 부서를 찾았더니 '왜 우리 과로 왔느냐'며 노인복지 담당부서로 안내하고, 다시 사회적기업 담당부서를 전전하면서 제주도의 무장애여행 환경에 대한 정책의 부재를 절감했다"는 그녀다.

그녀는 또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상품의 기획, 개발, 마케팅을 담당하는 여행 코디네이터 등 전문인력 양성 필요성도 강조했다. "2016년 기준 제주기점 비행기를 탄 장애인 승객 34만명은 작은 숫자가 아니다"며 "장애인여행 전문인력을 키워서 이동약자들이 맘편히 찾을 수 있는 여행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주관광산업을 차별화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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