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의 한라칼럼] 분단체제 70년, 제주4·3 70년

[이윤형의 한라칼럼] 분단체제 70년, 제주4·3 70년
  • 입력 : 2018. 05.15(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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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대결상태를 지속하던 남북간 평화의 바람이 판문점에서 시작됐다. 현재로선 이 바람이 순풍으로 이어질지 역풍으로 급변할지 점치기는 쉽지 않다. 이는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 예정인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달려있다. 북한이 억류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돌려보내는 등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은 긍정적 희망을 품게 하는 신호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은 강고했던 한반도 분단체제에 획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북핵 문제도 갈등의 근원은 냉전의 산물인 분단체제에서 비롯된다. 이제 남과 북은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체제로 향하는 역사적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지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 "한반도의 역사 경로를 바꿀 전례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는 지금 세계사적인 거대한 흐름 앞에 놓여 있다.

70년간 지속된 분단체제의 변화라는 역사적 대전환기 앞에는 예기치 않은 수많은 장애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평화의 바람을 기대케 하는 불씨는 살려나가야 한다.

분단체제는 오늘날까지 한국 사회를 짓누르고 찢어놓는 모순의 집약이다. 이를 극복해야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 분열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아갈 수 있다. 진보는 물론 보수단체에서도 그에 대한 희망을 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이념이나 지역, 정치적 지향점을 떠나 남북간 대결상태를 끝내고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지금처럼 높았던 때는 없었다. 일부 보수정당은 폄훼하지만 재향군인회 등이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하고 긍정 평가하는 것 등이 좋은 예다.

변방 제주도의 아픈 역사 또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해방공간에서 분단체제가 들어서는 과정은 제주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현대사에 있어서 제주도는 냉전의 시작과 한반도의 분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제주도는 분단과정에서 남한만의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고 통일을 지향했다. 그 과정에 약 3만 명에 이르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 올해가 분단체제 70년, 4·3 70년인 점은 우연이 아니다. 4·3사건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분단에 저항한 통일지향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음 또한 역사적 사실이다. 분단체제의 변화와 남북평화협력시대가 도래하게 되면 제주4·3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평가는 새롭게 재조명되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제주도의 위상과 역할 또한 증대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슬로건이 괜한 것이 아니다. 분단을 넘어 남북평화와 교류협력의 상징어가 됐다. 제주도는 1999년부터 감귤보내기 사업을 꾸준히 전개했다. 이는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전국 지자체중 남북교류사업의 선도주자로서 역할을 해왔음은 물론이다. 4·27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함께 섞어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소나무를 심었다. '한라와 백두'가 하나 돼야 남북관계가 분단을 넘어 평화협력, 통일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남과 북을 상징하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교차 학술탐사가 추진 중인 점도 의미가 크다.

이 지점에서 6·13지방선거에 나선 도지사 예비후보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이들에게서 제주 미래에 대한 빅픽처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정책대결 대신 상호비방에만 열중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윤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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