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6)서홍 8경 간직한 서홍동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6)서홍 8경 간직한 서홍동
하논·솜반천·온주감귤 최초 재배지 등 보물 한가득
  • 입력 : 2018. 06.05(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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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동 전경

시청·보건소 등 위치한 서귀포 대표 원도심
'폭풍의 화가' 변시지 화백도 빼놓을 수 없어
발길 닿는 곳마다 이야기… 경관까지 수려







서홍동의 옛 지명은 홍로(烘爐)이다. 지형의 생김새가 화로와 같다해서 그렇게 불리었다. 이후 조선 말 서홍리, 동홍리로 분리되며 홍로라는 지명은 사라진다. 마을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당가름에서 선사시대 주거 터가 발굴되고 구전으로는 1107년 지장샘 설화에 홍로가 등장한다. 그리고 고려 충렬왕 26년(1300년)에 홍로현을 뒀다는 기록이 문헌으로 확인된다.

서홍동은 서귀포시를 남북으로 길게 관통하는 마을이다. 동홍동과 분리돼 서쪽으로 호근동과 경계를 이루고 동남쪽으로 서귀동과 맞닿아 있다. 서귀포시청과 보건소등이 관내에 위치해 있고 주거지가 밀집된 서귀포시의 원도심인 셈이다.

흙담솔 군락지

그래서인지 서홍동에는 보물이 많다. 그중 8곳을 선별해 '서홍 8경'이라 정했다. 제1경은 '하논'이다. 한반도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인 하논은 5만~7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 당시에는 분화구에 물이 가득한 호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후 산의 남쪽을 터서 물을 빼고 약 500년 전부터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하논은 큰 논(大沓)을 뜻하는 말로 분화구 바닥에서 풍부한 용천수가 분출돼 논농사가 가능했고, 제주에는 보기 드문 규모의 논농사를 지었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아직도 이곳에는 예전의 규모보다는 작지만 논농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화구호를 복원하자는 의견이 있다.

지장샘

제2경은 '솜반천'이다. 서홍동을 남북으로 따라 흐르는 하천으로 연외천 혹은 홍로천이라고도 한다. 천지연 폭포의 원류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다란 하천을 따라 물웅덩이가 중간 중간 형성된다. 종남소, 고냉이소, 도고리소, 나꿈소, 괴야소, 막은소 등 생긴 모양에 따라 지명에 따라 각기 이름이 다르다. 예부터 이 곳에 산 사람들이라면 이 물웅덩이에서의 물놀이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제주 최초의 온주감귤

제3경은 '흙담솔 군락지'이다. 마을의 지세가 화로모형인 탓에 자꾸 화기가 모여 불이 나는 일이 많아지자 이를 막기 위해 둑 모양의 흙담을 쌓아 물이 고이는 형국을 만들고 1910년에는 이곳에 소나무를 심어 화기를 잠재운다. 이후 백년의 세월이 흘러 병풍처럼 드리워진 소나무 군락이 마을을 에워싸며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냈다. 지금은 서귀북초등학교의 울타리가 돼 마을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제4경은 '온주감귤시원지'이다. 서귀포하면 떠오르는 감귤. 이의 최초 재배지가 서홍동이다. 1911년 프랑스 출신의 타케 신부(한국명 엄택기)가 왕벚나무를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로 주자 이에 대한 답례로 온주감귤 14그루를 받는다. 이를 복자성당(현 면형의 집)에 심어 재배한 것이 온주감귤의 시초이다. 아직도 14그루 중 한 그루가 남아있다.

제5경은 제주의 상징 '녹나무'이다. 이 역시 타케 신부와 연관이 있다. 식물학자였던 그는 제주의 풍토에 맞는 상록수인 녹나무가 성당의 정원수로 적합할 것으로 보고 한라산에서 옮겨와 식수한다. 지금은 수령이 150여년을 훌쩍 넘어 그 모습만으로도 경이롭다. 현재 면형의 집에 가면 볼 수 있다.

제6경은 '지장샘'이다. 송나라의 호종단이 지혈을 끊기 위해 찾아왔다가 노인의 재치로 실패해 돌아간 후 그 자리에 물이 솟아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지장샘은 서홍동의 중요한 식수원이었다. 그래서 과거 대부분의 거주지는 이 곳을 중심으로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이후 집집마다 수도가 공급돼 그 쓰임새는 줄었지만 지장샘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지장샘 가는 길은 시간 여행길 같다. 고불고불 골목을 돌아 좁은 길목을 몇 번 넘어야 나온다. 걸어서 간다면 잔잔한 재미를 느끼며 갈 수 있을 것이다.

제7경은 '먼나무'이다. 1975년 마을사람들이 협심해 나무 주변을 정리하고 축대를 쌓아 '마을나무'라는 표지판을 세웠다. 약 380여년의 세월을 마을사람들과 동거동락했기에 마을의 신목처럼 여겨지는 나무이다. 무언가 정성을 들여야 할 때나 마음이 답답할 때면 많은 이 들이 이 나무를 의지해 왔을 것이다.

제8경은 들렁모루이다. 서홍동 2450번지 일대 중산간 목장 가는 길 산마루에 고인돌의 형상을 한 돌이 얹혀져있어 그렇게 부른다. '모루'는 동산을 뜻하는 제주어로 이 곳에 올라서 보면 주변 경관이 훤히 보인다.

그 외에도 서홍동 산 1번지 주변으로 추억의 숲길을 조성했다. 말방아터와 통시 등 과거 이 곳에 살았던 이들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11㎞ 구간 안에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군락지도 있다. 반나절쯤 기분 좋은 산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변시지화백 그림정원

서홍동의 인물로는 변시지 화백을 빼놓을 수 없다. 제주의 풍경을 특유의 화풍으로 녹여내며 '폭풍의 화가'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2015년 선생을 기리며 '변시지화백 그림정원'이라는 추모공원을 조성했다.

이처럼 서홍동에는 발 닿는 곳마다 이야기가 가득하다. 서귀포의 빼어난 경관을 벗 삼아 나들이 한번 가보시라고 권해주고 싶다. <여행작가>

[인터뷰] 변상인 동장 "살기좋은 마을 되도록 노력"

서홍동은 자립마을 육성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모범적인 마을이다. 규모도 서귀포시에서 5번째로 크다. 올 4월말 현재 4240세대에 10767명의 인구가 거주한다. 그리고 관내에 관공서가 많아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최근에도 서홍동 공영주차장을 조성했지만 추가로 유휴공간을 활용해 주차장을 확충할 계획이다. 또한 관내 취약계층이 약 4%에 달한다. 그 밖에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민들이 있다. 이에 대한 개선책을 찾아 서홍동이 살기좋은 마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인터뷰] 고방혁 주민자치위원장 "서홍 8경 걸으며 볼 수 있도록"

2008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서홍8경을 선정하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알리고 있다. 주민들이 해설사가 돼 찾아오신 분들에게 설명을 한다. 작년에는 7월부터 11월까지 7회 운영됐는데 호응이 좋았다. 올해는 횟수를 늘려 12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서홍 올레길을 조성할 생각이다. 아직은 정비가 잘 돼 있지 않아 서홍 8경을 차량으로 둘러본다. 이를 걸어서 다니는 올레길처럼 만들면 지역주민은 물론 서홍동을 찾아오는 분들에게도 우리 동네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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