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백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곳 그 흔적을 찾아 나서다

[휴플러스] 백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곳 그 흔적을 찾아 나서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독특한 용암돔과 수성화산으로
제주섬 대표 지질명소로 손꼽혀 지질학적 가치·이야깃거리 풍부
  • 입력 : 2018. 09.27(목) 2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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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용머리 해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한라일보DB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유네스코 프로그램 세계지질공원은 전 세계 30개국 100개소(2014년 기준)가 네트워크에 가입돼 있다.

제주도는 2010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으며, 다양한 화산지형과 지질자원을 지니고 있어 섬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섬 중앙에 위치한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 수성화산체의 대표적 연구지로 알려진 수월봉, 용암돔으로 대표되는 산방산, 제주 형성초기 수성화산활동의 역사를 간직한 용머리해안 등 총 12곳이 대표적 지질명소로 꼽히고 있다.

이달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 이번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에서 진행되는 '2018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을 통해 글과 사진이 아닌 눈과 귀로 직접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과거 제주의 흔적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곳. 제주에서 해안을 따라 남서쪽 끝까지 쭉 내려오면 백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의 탄생 배경을 비롯해 전해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산방산=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있는 종상화산이다. 약 80만년 전 꿀처럼 점성이 높은 용암이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위로 볼록한 종모양으로 굳은 해발 395m의 거대하고 독특한 형태의 용암돔으로, 인근에 위치한 용머리 응회환과 함께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지형 중 하나이다. 용머리 응회환이 형성된 후에 응회환을 관입하며 뚫고 흘러나온 조면암질 용암에 의해 산방산이 형성됐다.

옛날 산신이 노하여 손에 잡히는 대로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 날아와 산방산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 지명인 '산방'은 산 중턱에 위치한 '산의 방' 즉, 굴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남서쪽 기슭의 해발고도 200m 지점에는 산방굴이라는 자연 석굴이 있고 그 안에 불상을 안치했는데, 이 굴을 산방굴사라고도 부른다. 이 굴 내부 천장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산방산의 암벽을 지키는 여신 '산방덕'이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라는 전설도 품고 있다.



▶용머리 해안=산방산 아래쪽에 자리 잡은 용머리 해안은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자세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머리는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로 한라산과 용암대지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에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응회환이자 화산체의 붕괴에 따라 화구가 이동하며 만들어진 독특한 수성화산이란 점에서 중요한 학술 가치를 지니고 있다. 퇴적학적 조사를 통해 용머리 응회환이 3개의 지층 묶음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지층 묶음은 서로 다른 3개의 화구로부터 분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머리에는 옛날 제주도에서 장차 왕이 태어날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진시황이 풍수사 호종단을 보내 혈을 끊으라 명령, 이에 호종단이 용머리를 찾아와 용의 꼬리와 등에 해당하는 부분을 칼로 내리치자 검붉은 피가 솟고 신음소리가 울리며 왕후지지의 맥이 끊긴 것을 슬퍼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전설이 있다. 조흥준기자



[어느 코스로 떠날까]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


관심·취향따라 과거의 흔적 더듬는 길
화산재 지층·퇴적 등 흔적 고스란히
용암언덕·소금막 파식동굴 볼거리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항공사진

지질트레일 코스는 총 3개 코스로 대중적인 A코스, 해안 및 산방산 경관 탐방 B코스, 지질중심의 C코스가 있다. 각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명소·명물을 소개한다.

▶대중적인 A코스=용머리 탐방을 포함하면 약 4㎞로 두 시간 정도, 용머리 탐방을 제외하면 2㎞ 정도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자율탐방 코스다. 하멜전시관에서 기후변화 홍보관, 하멜기념비, 용머리 전망대, 산방굴사를 경유한다. 이밖에 바다와 한라산을 잘 조망할 수 있는 항망대, 옛날 횃불과 연기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았던 산방연대, 용머리와 아름다운 인근 해안을 잘 조망할 수 있는 용머리 전망대 등도 이 코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해안·산방산 경관 탐방 B코스=2.5㎞로 약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해안과 산방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코스 중간에 지질해설사가 배치돼 탐방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설쿰바당 모랫길과 사계포구 용암언덕 등 경관적 가치가 높은 지형은 물론 이 지역 특유의 밭담·돌담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은 아직까지 옛날 방식으로 용천수를 사용해 농사를 짓는 방식이 남아있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질중심의 C코스=두 시간 정도의 약 5.7㎞ 거리로 지질해설사와 동행해 하루 세 차례(오전 10시, 낮 12시, 오후 2시) 탐방이 진행된다. 황우치 해변과 화순금모래 해변, 점성이 낮은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독특한 소금막 파식동굴 등을 볼 수 있다. 이밖에 병악현무암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아아용암과 주상절리와 수성화산체의 일부인 사근다리 응회암, 주슴길 곶자왈도 찾아가볼 만한 명소다. 조흥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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