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한라칼럼] 원 도정이 '환경수도' 들먹일 수 있나

[김병준의 한라칼럼] 원 도정이 '환경수도' 들먹일 수 있나
  • 입력 : 2018. 10.23(화)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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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정은 2년전 '제주미래비전' 계획을 수립했다. 이 용역에는 적잖은 비용이 소요됐다. 자그만치 17억원이 들어갔다. 제주미래비전은 법정계획도 아니다. 특히 제주미래비전의 핵심가치는 '청정과 공존'으로 제시됐다. 용역 보고서가 나왔을 때 제주의 비전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혹평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함축적으로 제주의 핵심가치로 잘 담아냈다고 본다. 청정과 공존 없이는 제주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미래비전이 정책에 얼마나 투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원 도정의 핵심가치인데도 '청정과 공존'은 사실상 구호에 그치고 있다. 삶의 터전이 청정해야 공존이 이뤄질텐데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현재 제주가 어떤 몰골인지 보면 알잖은가. 우선 하수처리가 엉망이다. 툭하면 오수 유출사고가 곳곳에서 터지기 일쑤다.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바다로 흘러드는 최악의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오수 유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를 내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주 최대현안으로 대두된지 오래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조차 자체 처리하지 못할 정도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면서 제주섬이 '쓰레기섬'으로 변하고 있다.

하수와 쓰레기는 인프라 문제니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치자. 그렇다면 도로 확장을 위해 거목을 마구 베어내는 건 어떻게 설명할건가. 전국적인 이슈로 번진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일컫는 것이다. 비자림로를 상징하는 삼나무 수백그루를 무차별 잘라냈다. 알다시피 비자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곳이다. 그런 명소의 나무들을 서슴없이 파괴했다. 그렇다고 도로를 넓히려는 구간이 긴거리도 아니다. 채 3㎞도 안되는 짧은 거리다. 차량이 막히면 얼마나 막히고, 빨리 가면 얼마나 빨리 가겠는가. 200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놓고 제주도는 '아름다운 생태도로'를 만들겠다고 한다. 생태경관을 간직한 곳을 짓밟아놓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비자림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시 도심의 상징적인 고령 가로수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도심 가로수들이 대거 뽑혀 나갔다. 제주여고 사거리 구실잣밤나무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동안 가꿔온 나무들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73년 제주시 최초로 가로수 구간으로 조성됐다. 그만큼 역사성을 지닌 곳인데도 애물단지로 여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숲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들려다 큰 반발을 샀다. 그것도 완충녹지로 조성된 숲을 쉽게 훼손하려 들었다.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철회됐지만 그런 행정의 발상 자체가 놀랍다. 오죽하면 시민단체가 "완충녹지의 의미를 모르는 막장행정"이라고 꾸짓겠는가. 삶의 질과 직결된 도시숲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이래선 안된다.

원 지사는 얼마전 제주에서 열린 세계리더스포럼에서 환경수도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제주를 세계적인 환경모범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쓴웃음이 나온다. 환경파괴를 밥먹듯 일삼으면서 환경수도를 추진하겠다는 말이 나오는가. 그동안 원 도정이 녹지공간을 위해 애쓴게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도 도시숲 하나 만들겠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미 잘 가꿔진 도시숲까지 밀어서 주차장을 만들려 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환경을 해치는 일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니 원 도정이 내세운 청정과 공존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이런 마인드로는 '환경수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청정환경을 지키려 힘써도 모자랄판인데 부끄럽지도 않은가. <김병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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