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애의 한라칼럼] 좋은 감정을 붙잡으려면

[우정애의 한라칼럼] 좋은 감정을 붙잡으려면
  • 입력 : 2018. 11.06(화) 00:00
  • 김경섭 수습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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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원작/마가렛 미첼)'에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로 분한 '비비안리'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또 뜰거야." 영화줄거리를 접어두고 단지 이 대사만 놓고 생각해보면, 내일 뜨는 태양이 어제의 태양이 아닌 것처럼 우리의 감정도 자세히 느껴보면 어제 그 상황에 대한 그 감정이 오늘은 다른 감정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감정은 '스쳐가는 감정' 또는 '흐르는 감정'이라 표현하듯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상담실에 찾아온 한 내담자는 "안될거야", "제가 어떻게 그걸…", "제가 그렇게 하면 안 될걸요", "왜 나한테 이런 일만 생기는지" 등의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분이 있었다.

부정적 감정을 가진 내담자들은 놀랄 만큼 부정적 감정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체험하게 되는데 이 분도 그러했다. 심지어는 자동차가 낭떠러지에서 흔들거리다 다행히도 낭떠러지가 아닌 길바닥으로 뒹굴어 목숨을 건진 일 조차도 감사함에 초점을 두기보다 "다행이다" 정도로만 넘기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그 사건만 더 깊게 생각하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감사하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앞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등의 생각으로 충만한 사람과 비교하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드리는 마음자세가 크게 차이난다.

위 내담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환경(부모, 가정형편)의 지배를 받게 되어 무심코 부정적 사고와 감정에 익숙해진 경우로 이로 인해 발생한 대인관계 문제로 의뢰되었다. 대부분 심리적 문제는 상황, 또는 사건에 집착하거나 충격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을 되풀이하며 기정사실화 될 때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중요한 점은 좋지 않은 감정이 반복되다보면 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하지 않는 한 습관처럼 쌓이게 되어 부정적 감정패턴이 자연스럽게 유지 된다는 것이다. 안 좋은 감정에 오래 집착하는 동안 우리 뇌는 그 감정에 익숙해지고 이로 인하여 소소한 기쁨들은 어색해서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아주 빨리 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좋은 감정을 붙잡기 위해 우선 실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한 달에 한번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 사람보다 한주에 1번 또는 수시로 자신의 감정을 살피다 보면 좋은 감정을 붙잡을 기회는 더 많을 수 있다. 하루일상을 되돌아보며 후회, 반성 등을 통하여 평온함과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듯이 좋은 감정은 수시로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습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를 반복하다보면 자신에게 녹아있기 마련이므로 현재 부정적인 상황에 있다면 다른 측면에서의 긍정성은 없는지 살펴보자.

이미 안 좋은 감정을 되풀이해온 사람은 쉽게 긍정성을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자신의 흐르는 감정을 조각내어 그때그때 살펴봐야 한다. 심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실만 찾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수시로 되돌아보며 좋은 감정을 붙잡으려는 노력이 함께할 때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작동의 기저에는 심리학자 로저스의 주장대로 '내안에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자식 관계, 부부관계 등 가장 가깝지만 소홀하기 쉬운 관계부터 살펴보자. 가족에게는 개인의 감정습관이 여과없이 표현되기 쉽상이고 작은 상처쯤은 서로 무언의 이해로 받아줄 수 있는 사이라 여기며 안좋은 감정습관들을 유지하게 되기도 한다.

나에게 안 좋은 감정들이 습관처럼 작용하는지 살펴보고 내일의 새로운 태양처럼 내일은 새로운 좋은 감정으로 나를 길들이자.

<우정애 한국상담학회·제주상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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