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의 목요담론] 개발과 보존의 사이에서

[오수정의 목요담론] 개발과 보존의 사이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 입력 : 2018. 12.27(목) 00:00
  • 김경섭 수습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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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회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무성한 채 투자유치가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지금까지 유치되었던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부족한 사회기반시설의 독소로 작용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투자유치를 안할려니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목적과 정의에 부합되지도 않는다.

'제주특별법'에는 제주의 지역적, 역사적, 인문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되어있다.

그 일념으로 국제자유도시 비젼과 전략을 담은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대규모 투자유치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전국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발 빠른 외자유치로 FDI(외국인직접투자)가 최고조를 달릴 때도 있었다. 이제 와서 들여다보니 세계자연유산 제주에서 총량의 한계를 넘기는 자연환경의 훼손이라든가 정주환경에서 오는 불편함이 미래의 제주를 기약하기에는 너무 어둡다는 것을 인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 우린 지역개발과 함께 항상 보존이란 양날을 함께 논의해야 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터전이 내 것이 아니고, 우리의 것,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전해줘야 할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보존의 의미가 따라 붙는 것이다. 물론 도내에서 개발과 보존의 양날을 세운 사례는 없었던 것은 아니라 오히려 비일비재했다.

2012년부터 추진된 제주국립묘지 조성사업을 보면 문화재현상변경으로 3년 7개월을 흘러보냈다. 그 시간 속에는 사업부지내에 조선시대 국영목장인 상잣성과 보존수목인 적송(赤松)이 있다는 이유로 묘역 면적도 줄였고, 봉안묘도 1만묘에서 1000묘로 축소시켰다.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의해 처음 추진된 핵심프로젝트의 하나인 서귀포관광미항개발사업 역시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1430억원을 투입하여 크루즈가 오가는 무역항을 꿈꾸는 개발사업을 시행했으나, 천연기념물 421호인 문섬범섬천연보호구역 옆으로 자리 잡은 서귀포 바닷 속의 제주연안 연산호군락지(천연기념물 442호)가 2009년 새연교를 마지막으로 1단계에서 사업을 종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도 예래동 일대 74만4000㎡ 면적에 세계적인 고급 휴양리조트 단지를 조성해 친환경적인 고부가가치 휴양 관광산업을 선도하겠다면서 과감히 추진하였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조사 결과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BC 4C~AD 1C) 마을유적으로 드러나면서 전면적의 6600여㎡가 원지형 보전지역으로 남겨졌다.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또한 청동기 초기 유적 산포지로서 계획부지 대비 일부를 원지형보존지역으로 남겼다.

올 여름 핫이슈를 냈던 비자림로 확장공사 역시 교통환경의 편의성을 우선하면서 진행되었으나, 도로확장공사에서 드러난 잣성은 조선시대 1소장의 면모를 드러나게 만들고, 설계변경을 통해 경관과 매장문화재를 각인시키는 사례가 되었다. 이것을 보면 '제주특별법'이 아닌 '문화재보호법'이 제주의 과거를 살려준 셈이다. 이런 최소한의 보존조치가 없었다면 제주의 자연과 역사는 잊혀진 기억과 기록으로만 남겨질 뻔했다.

그럼 왜 종합계획에서, 도시계획에서 우리 후손을 위한 개발과 보존의 양날이 간과되었을까?

그것은 '제주특별법'에서 보여주는 제주는 '지역적, 역사적, 인문적 특성이 있는 국제자유도시'라는 것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제주그림이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보전'을 간과한 개발위주의 계획에만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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