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안전불감증만의 문제인가?

[문만석의 한라칼럼] 안전불감증만의 문제인가?
  • 입력 : 2019. 01.22(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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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며칠 전 제주시 인제사거리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식당으로 돌진해 3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이 사고는 일명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에 제주에서 발생한 첫 번째 음주운전 사망 사고이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아울러 지칭하는 말이다. 특가법에 따라 3년 이상으로 형량을 강화하였고, 도로교통법에 따라 음주 수치를 강화하였다. 아직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법규 강화의 효과를 논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시행 후 음주 단속 적발은 다소 줄었으나 음주운전은 여전히 횡행한다. 더구나 제주의 경우, 지난해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하는 추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망자수가 소폭 증가하였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으레 등장하는 말이 '안전불감증'이다. 최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건설 등 작업현장 관리 강화에 힘썼지만, 겨울철 공사현장 중 45.9%에서 사고 위험을 방치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위험을 방치한 346개 건설현장 책임자들을 형사입건하고,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건설현장 77곳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언론의 보도에서는 '여전한 안전불감증의 문제'로 진단하지만, 안전불감증 강조의 이면에는 안전사고에 대한 의식 결여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자 하는 속내가 담겨 있다.

사고는 개인의 과실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항공사고 등 대형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는 조직적 요소(51.9%), 개인적 요소(40.7%), 환경적 요소(7.3%) 순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치즈이론'은 여러 가지 원인이 중첩되었을 때 대형사고가 발생한다고 하였고, '깨진 유리창이론'이나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문제를 내버려두었을 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파하면서 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사고의 원인을 '안전불감증'으로 몰아가는 한 유사 사고가 끊임없이 재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체육계 미투(Me Too) 폭로의 후속대책으로 10년 전과 거의 같은 문체부의 방안이 발표되었다. 이는 10년 전 문제가 현재에도 유효하고, 근본적 해결책은 그 동안 강구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성폭력의 재범률은 2012년(1,311명)보다 2016년(2,796명)에 113% 폭증하였고, 음주운전의 재범률도 40%대에 이른다. 재범률이 높은 이유는 적발되었을 때 처벌이 약한 탓도 있고, 재범을 용인하는 시스템의 부재에도 기인한다.

최근 발표된 2018년 범죄와 생활안전 분야 지역안전지수에서 제주는 4년째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급격한 유입인구와 관광객의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제주가 안전한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 지표를 개인의 안전의식 부재나 통계의 오류로 치부하는 한 안전한 제주는 요원한 일이 된다. 안전한 제주는 안전사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을 강구하여 올바른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하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형식적인 교육과 관행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하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뒷북 대책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는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을 구비해 나가야 한다. 제주의 가치는 청정 환경의 바탕 위에서 빛을 발하고, 청정 환경은 안전한 제주의 신뢰 속에서 유지될 수 있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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