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의 한라칼럼] 나의 내일은 여전히 안전한가

[이재근의 한라칼럼] 나의 내일은 여전히 안전한가
  • 입력 : 2019. 01.29(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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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도 아무일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병에 걸리거나 강도를 당하거나 혹은 사고로 죽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면,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직업이 없다면? 여전히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늙어서 뭘 먹고 살까?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하루하루를 어찌 살아야할까? 평균수명이 늘어났다는데 60대 이후 노년은? 노년의 빈곤은 어떻게 해결하고 살아야 할까?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든 것을 혼자서 풀 방법이 없다. 국가가 해 줄때까지 기다리기도 난망한 일이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지만 우리 사회의 어둠과 불안은 뉴스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늘 차고 넘친다.

세상이 바뀌었는지 방송 트렌드인지 유럽을 돌아다니는 프로그램이 풍년이다. 단순한 여행부터 각국을 다니면서 버스킹을 한다거나 식당 혹은 포장마차를 운영하기도 한다.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의 젊은이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유롭게 잘 지내는 모습이 나온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는 격세기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사회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부러움을 살만하다.

그 중 유럽 현지의 젊은 부부가 던지던 화두가 가슴 깊이 박힌다.

그들에 따르면 그곳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모두 낮은 빌딩에서 살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니 다른 사람과 비교할 이유가 없어지고 남들보다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생기질 않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번 돈의 40%이상을 국가에 세금으로 내는데도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낸 만큼 국가가 자신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으며 공공 혹은 국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내 월급에서 40%이상을 세금으로 가져간다면 나는 별 불만없이 수긍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국가나 공공을 그토록 신뢰하고 있을까. 촛불정국을 통해 만들어진 정권의 정당성을 믿고 있지만 현재의 정책과 정책 수행자들의 행동에 오롯이 신뢰를 보이고 있는가?

아직 공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 일게다. 신뢰보다는 불신과 의심이 늘 팽배해 있고 때론 적개심마저 가지고 있다. 국가 정책에 대해 이익을 얻게 되는 집단들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국가의 행위를 국민들이 신뢰할 만한 과정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공공이 신뢰를 쌓아가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개인들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국가가 돈을 빼앗아가고 있으며 자신이 내는 세금만큼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65세가 지난 후 국민연금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다. 제대로 된 금액이나 받을 수 있을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말년을 가족에 둘러 쌓여 편안하게 죽을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도 가시질 않는다.

아무리 조심해도 나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사고는 발생하고 천재지변도 일어난다. 그러나 편안하고 자유롭게 삶을 살아가는 근원에는 우리 사회와 국가가 나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생활을 보호해주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는 내 불안의 원초적인 근원이자 방해자인 셈이다.

무엇을 하든 사람들이 믿도록 해야 할 일이 우선이다. 정책의 결과와 비전을 아무리 멋지게 만들더라도 신뢰를 쌓는 일들이 없으면 사상누각 일 뿐이다.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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