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바람과 함께 걷고 보는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

[휴플러스] 바람과 함께 걷고 보는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
마을 전체 벽화 가득 바람코지 신천 벽화마을
  • 입력 : 2019. 02.14(목) 2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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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읍 신천 벽화마을은 '바람코지아트빌리지(1차)사업'을 통해 그려진 벽화가 마을 전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벽화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사색을 하면서 구경하기에 적합하다.

올레꾼 입소문 타면서 산책·데이트 코스 인기
폐교인 삼달분교 개조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때묻지 않은 옛 제주 담은 사진작품 볼 수 있어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치밀하게 계획된 여행은 힐링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이 되곤 한다. 낯선 곳을 찾아가고 새로운 것을 보는 즐거움보다 제주의 유명한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날 목표로 세운 할당량을 채우려는 조급함은 여행이 주는 여유조차 까맣게 잊게 만든다.

여행조차 꼭 정해진 시간과 틀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넉넉한 마음으로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예로부터 제주는 돌과 여자와 바람이 많은 삼다(三多)로 불렸다. 세월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바람을 벗 삼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이색적인 야외 전시관·미술관을 소개한다.

▷성산읍 신천 벽화마을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리는 '바람코지'라 부를 정도로 바람이 많기로 소문난 작고 소박한 어촌 마을이다. 화가로 성장하는 탈북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선샤인' 의 주요 배경지이자 올레길 3코스와 연결돼 있는 곳으로 올레꾼 등에 의해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제한된 장소 또는 건물과 벽 일부분에 그림이나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곳은 제법 있지만 마을 전체가 벽화로 둘러싸인 곳은 흔치 않다. 신천 벽화마을은 '바람코지아트빌리지(1차)사업'을 통해 그려진 벽화가 마을 전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더구나 벽화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내 집의 위치에 따라 오밀조밀 붙어 있기도 하고, 또는 몇 십 미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기도 해서 사색을 하면서 구경하기에 적합하다. 마을 전체를 돌아보며 벽화를 전부 보려면 시간이 제법 필요하다.

신천리 마을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큼직한 벽화 그림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신천리 마을 복지회관의 벽화지도를 먼저 살펴봐도 되고, 출발점도 종착점도 없이 발걸음이 내키는대로 천천히 마을을 돌아봐도 좋다. 마을 곳곳에 100여점의 벽화가 그려져 있지만 티켓을 끊거나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벽화 전부를 봐야 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한적하고 조용한 제주 시골마을을 여유롭게 거닐면서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의 맛이 있다.

벽화 중에는 바닷속이나 물고기·해녀 등 제주를 떠올리게 하는 것부터 짱구나 오즈의 마법사·피노키오·뽀로로 등 익숙한 동화나 만화 속 주인공들도 있다. 집과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벽화를 비롯해 벽과 담장이 이어지거나 우체통과 연결된 그림, 실사같은 그림과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그림들도 있다. 벽과 담뿐 아니라 창고, 문, 바닥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어 자칫하다가는 놓치고 지나갈 수 있다.

가족단위의 나들이나 연인·친구 또는 인생샷 등을 찍을 수 있는 사진촬영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을 끝에는 바다가 이어져 있고 ,무인 카페나 해변가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바다 경치를 보는 여유도 맘껏 누릴 수 있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신천 벽화마을에서 차로 10분 정도 가다 보면 제주의 바람과 돌과 자연을 자신의 몸보다 사랑했던 고 김영갑 사진작가의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한라산의 예전 이름이기도 한 두모악 미술관에는 20여년간 제주도와 특히 지금은 사람들의 왕래로 변해버린 오름과 제주 바람의 사진을 담아온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영갑 작가는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다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했다. 루게릭병으로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밥 먹을 돈을 아껴가며 필름을 사고, 모든 열정을 자신의 사진에 담았다.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해 지금의 사진전시관을 직접 만들었고, 2005년 그가 생활하던 두모악에 묻혔다. 2002년 오픈한 갤러리 내부에는 두모악관, 하날오름관에서 사진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사무실에 마련된 유품전시실에는 작가가 생전에 보던 책들과 카메라가 전시돼 있다. 영상실에서는 그가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던 시절과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주와 제주의 모습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제주에 정착하고 투병 생활 중에서도 제주의 모습을 기억하고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김영갑 작가의 애절함이 갤러리 곳곳에 배어 있다 특히 야외 정원은 김영갑 작가가 손수 일궈서 만든 곳으로 휴식과 명상을 하기에 적합하다. 현재 갤러리는 김영갑 작가의 후배이자 제자인 박훈일 관장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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