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한라칼럼] 제2공항이 점점 두려워진다

[김병준의 한라칼럼] 제2공항이 점점 두려워진다
  • 입력 : 2019. 02.19(화)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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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다보면 결국 탈나게 된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넘쳐나면서 경고음이 울렸다. 처음 감지된 곳은 하수처리장.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바다로 흘러들기 시작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 무렵부터다. 제주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한 시점이다. 이 때만 해도 환경기준을 초과한 하수는 2일에 불과했다. 그게 2015년 79일에 이어 2016년부턴 이틀에 한번꼴로 늘어났다. 오수가 사실상 수시로 방류된 것이다.

하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쓰레기 처리도 발등에 불로 떨어진지 오래다. 제주시는 지난해 11월부터 건설폐기물 반입 제한조치에 들어갔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자체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것이다. 밀려드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니 어쩌겠는가. 이미 야적장에는 고형연료 등 수만톤이 쌓이면서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제주섬이 '쓰레기섬'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제주 치안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2015~2017년까지 인구 1만명당 평균 510건의 5대 강력범죄가 터졌다. 인구 대비 강력범죄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범죄 역시 심상치 않다. 외국인 범죄 통계가 시작된 2011년 121명에서 2017년에는 644명으로 늘었다. 6년새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제주가 마치 외국인 범죄의 소굴처럼 비쳐질 정도다. 우리의 생활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큰 일이다.

그런데 제주에 제2공항이 추진되고 있다. 성산 등 건설 예정지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일단 반대여론은 둘째로 치자. 제2공항을 지으려는 것은 더 많은 손님(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여기에 들어가는 사업비가 5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수용 규모는 무려 2500만명에 달한다. 현재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1500만 안팎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지 체감할 수 있다.

자, 그럼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국토교통부의 행태를 보면 제2공항은 건설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제2공항이 건설되지 않으면 마치 제주가 사단이 날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제2공항이 생길 경우 제주의 몰골이 어떻게 될지는 훤히 그려진다. 지금 관광객이 1500만명 가량 찾는데도 각종 부작용이 심각하다. 오는 2025년 제2공항이 개항되면 제주 관광객은 4000만명으로 늘어난다. 이런 제주의 모습을 떠올리면 참으로 암담하고 두려워진다.

제2공항은 자칫 골칫덩이가 될 우려가 높다. 수용 규모대로 관광객이 온다고 가정하자. 제주섬은 갖가지 폐해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예상과 달리 관광객이 적게 찾아와도 문제다. 수조원을 쏟아부은 제2공항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제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보호지역이다. 지금보다 관광객이 3배 가까이 더 밀려들면 제주는 더욱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난개발에 교통난이 일상화된데다 부동산 가격이 미친듯이 엄청나게 뛰었잖은가. 미래세대에 끼치는 악영향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제2공항이 건설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실이 훨씬 클 것이다. 때문에 제주에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제2공항은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병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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