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양도 해녀 해상시위···도항선 갈등 폭발

제주 비양도 해녀 해상시위···도항선 갈등 폭발
제1선사 측 마을해녀 12명 선착장 입구 해상 인간띠 만들어 시위
제2도항선 1시간 발묶여 결국 회항··· 승객들 "왜 우리가 피해를"
  • 입력 : 2020. 04.02(목) 11:32
  • 이상민 기자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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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항선을 놓고 마을이 두쪽으로 갈라져 갈등을 빚는 비양도에서 해녀들이 해상 시위를 벌이며 도항선 입항을 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1도항선은 운항이 중단되고, 제2도항선은 입항이 저지되면서 비양도 섬 주민들은 사실상 고립됐다.

2일 오전 9시 35분쯤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선착장 입구 쪽 해상에서 해녀 12명이 인간띠를 만들어 관광객과 주민 등 승객 40여명을 태운 비양도해운의 도항선을 막아섰다.

해녀들은 비양도해운 도항선이 선착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물러가라"를 외치며 시위를 했다. 제주해양경찰서 연안구조정이 해산할 것을 요구했지만 해녀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오도 가도 못한 비양도해운 도항선은 1시간 가량 해상에 머물다 결국 회항했다. 비양도에 들어가지 못한 승객들에 대해선 모두 승선료를 환불했다. 또 비양도해운은 이날 하루 4차례(왕복 8차례) 오가기로 한 운항 계획을 모두 포기했다.



해상 시위에 나선 해녀들은 도항선사인 비양도천년랜드(이하 천년랜드)의 주주이거나 가족을 주주로 둔 비양도 거주 주민들이다.

천년랜드는 지난 2017년 한림항-비양도 항로에 가장 먼저 취항한 이른바 제1선사, 입항을 저지 당한 비양도해운은 뒤이어 취항한 제2선사다. 천년랜드는 비양도 60가구 중 53가구를, 비양도해운은 천년랜드에 출자하지 않는 나머지 7가구의 가족들을 주주로 뒀다.

비양도해운은 지난해 11월8일 첫 취항했지만 소송에 휘말려 3일 만에 운항을 중단했다. 당시 천년랜드는 "시가 제2선사에 부당하게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내줬다"며 운항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시는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하자 비양도해운 측에 지난해 내준 허가를 취소하는 대신, 올해 초 비양해운이 새로 낸 공유수면 점사용허가신청을 수용했다. 비양도해운이 현재 이용하는 항구는 앞서 허가 받은 곳에서 남쪽에 위치해있다.

천년랜드 도항선은 지난 1일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제주시는 도항선 운영 방식을 놓고 통합선사 등 서로 합의안을 도출하는 조건으로 당초 3월31일 만료하는 양측의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기간을 1개월 더 연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엔 마을 항구 시설 공동 사용 방식을 놓고 양 선사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1선사의 점사용 갱신허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천년랜드가 그동안 이용해 온 동쪽 항구는 어촌뉴딜300 공모사업으로 따른 시설 개선 공사로 현재 이용이 힘든 상태다. 천년랜드가 도항선을 운영하려면 제2선사가 허가 받은 남쪽 항구 시설을 같이 이용해한다. 천년랜드는 비양도해운에 어촌뉴딜 사업 공사가 끝날때까지만 남쪽 항구 시설을 같이 사용하자 요구했고, 비양도해운은 어촌뉴딜 사업이 종료되면 동쪽 항구 시설을 같이 쓰자고 했다.

두 선사간 다툼에 가장 피해를 본 쪽은 승객들이다.

비양도에 친구와 함께 낚시를 하러 왔다가 되돌아간 관광객 A(23·경기도)씨는 "당황스럽다"면서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양도 올레길을 걷기 위해 도항선을 탔던 오모(60·서귀포시 성산읍)씨는 "육상으로 따지면 도로를 못지나가게 막는 것 아니냐"면서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도항선을 둘러싼 마을 내 다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도에서는 지난 2004년과 2014년 새로운 도항선사가 나타날 때마다 법적 다툼을 벌여 마을이 두쪽으로 갈라지는 홍역을 치렀다. 당시에도 해녀들이 도항선 입항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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