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의 한라칼럼] 개인주의 시대와 협동의 힘

[이재근의 한라칼럼] 개인주의 시대와 협동의 힘
  • 입력 : 2020. 06.30(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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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접촉이 대세고 당연시 되고 있는 추세. 차단막을 사이에 두고 식사를 하거나 민원인과 공무원의 격리를 위한 칸막이가 당연시되는 시대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체온을 재는 일이 일상이 됐다.

만일의 경우라는 점을 상정하지만 상대방이 바이러스 보균자이거나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다는 의심이 정당한 생각이다. 잠정적으로 나를 제외한 주위의 모든 인간은 잠재적 보균자로 인정해야한다.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당연한 것이고 협력과 협동은 요원해 보인다.

2년 가까운 시간에 걸쳐 자그마한 카페 겸 커뮤니티 공간을 6월 말 오픈했다. 지역에 사는 유기농 농부들과 이주민들이 참여해 조합을 만들고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이용해 음료와 식사를 만들어 제공하기로 한 것. 마을농부가 직접 해설하는 마을관광도 덧붙였다. 수 십 차례 회의를 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마을안의 공간을 빌어 카페와 식당을 위한 거점공간을 만드는 준비를 했다. 시간이 2년 가까이 걸렸으니 참으로 게으른 준비이자 느린 행보임이 분명하다.

폐가와 다름없던 제주 전통가옥을 리모델링하는 일은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수 십 년간 방치됐던 폐기물을 끌어내고 새로운 곳으로 바꾸고자 하지만 일은 끝이 없다. 고민 끝에 코로나19가 게속되지만 조합원들은 호기 좋게 오픈 날짜를 잡았다. 준비할 일은 많지만 되는대로 해보자는 결심이었다.

그때 나름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무슨 우렁각시가 된 듯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고사해버린 나무가 안스러웠던지 혼자서 뚝딱 솟대를 만들어 놓은 지역의 작가. 그는 이어 마당에 수돗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듣고는 몇 날 몇 일 스스로 벽돌을 쌓고 색을 칠하더니 수돗가를 만들고 드럼통을 이용해 야외테이블까지 만들고는 휘리릭 가버렸다.

내부온실에 물주기가 어려운 상황을 들은 지역 농부는 자신의 집에 있던 점적호수를 가져오다못해 자신의 유기농 깻잎도 흔쾌히 제공한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품어나오는 열기가 불편해 보였던지 실외기와 보일러 커버를 뚝딱 만들고 사라지는 부부. 마당이 텅 비어있는 게 안스러운지 다양한 꽃과 허브를 들고와 심어놓고 가는 지역 농장 대표. 간판 고민에 빠진 조합원들을 위해 간판을 만들어 준 목수. 독특한 감각으로 주차장 표시까지 직접 제작해 설치한 아티스트.

생각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와중에 공간이 오픈했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을 잠재적 보균자이거나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라고 사회가 그렇게 떠밀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이들이 공간을 만들어 보려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댓가 없이 웃으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협동조합의 잠재적 적인가. 생각하면 미안하고 고맙고 웃음이 나온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협동의 힘이 가지는 결과를 눈으로 본 이상 여전히 우리사회가 가는 길은 개인이 잘나서 나만 혼자 살면 되는 사회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신한다. 코로나19의 시대에 협동의 힘을 다시 한번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세상이 바뀌더라도 협동의 힘이 더 중요시되고 의미 있다는 점을 확신하기에 새롭게 함께할 일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재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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