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영화 속 재일 제주인: 제주도 디아스포라

[김정호의 문화광장] 영화 속 재일 제주인: 제주도 디아스포라
  • 입력 : 2020. 12.29(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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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에 재일동포의 삶을 다룬 ‘용길이네 곱창집’(2018)이 개봉됐었다. 이 영화의 연출자 정의신이 2008년 처음 쓰고 연출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 영화는 1969년, 오사카 공항 근처 일본 국유지의 판자촌을 배경으로 불고기 곱창집을 운영하는 가족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김용길은 태평양전쟁에 한쪽 팔을 잃고 해방 후 딸과 자신은 일본에 있고 아내와 다른 가족을 먼저 제주도로 보냈으나, 제주 4.3으로 가족이 모두 학살돼 일본에 그대로 남는다. 그의 현재 아내 고영순도 한국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딸을 데리고 일본에 와서 김용길과 가족을 이룬다. 이들은 일본이 1970년에 개최하려는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철거의 위기에 몰린다.

재일 교포를 다룬 영화로는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 ‘go’(2001), ‘피와 뼈’(2004), ‘박치기’(2004), ‘박치기 love & peace’(2007) 등이 있는데, 이들 중 ‘go’를 제외한 4편의 영화가 제주도에 뿌리를 둔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와 ‘피와 뼈’의 원작 소설을 쓴 양석일(양정웅)은 부모가 제주도 출신으로 1936년 오사카 이카이노에서 태어나, 택시 운전사 등 여러 직업을 경험하다 40세에 작가로서 데뷔하게 된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의 택시 운전사 강충남의 어머니는 제주 출신으로 홀로 가라오케 바를 경영한다. 필리핀 출신 웨이트리스들에게 자신도 무일푼으로 일본에 와서 이렇게 성공했다며 너희들과 자신이 다를 바 없다던 어머니는 북송된 강충남의 형들에게 보낼 물건과 돈을 챙기면서 강충남의 연애 상대를 알고 화를 낸다. 그런 어머니에게 강충남은 일본 여자, 제주도 여자, 필리핀 여자, 민단 여자도 아니면 누굴 사귀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피와 뼈’는 주인공 김준평의 파시스트적 폭력, 여성 학대에 편하게 보기가 쉽지 않다. 제주에서 오사카까지 정기 배편이 운행되던 1923년에 오사카로 간 10대의 김준평이 1984년 북한에서 일생을 마칠 때까지의 이야기를 그의 아들의 시각을 통해 보여준다. 김준평의 한국인 아내도 제주에서 오사카 공장에 일하러 온 직공이었으나 유부남 일본인 관리자의 아기를 임신해 공장에서 쫓겨난 뒤에 김준평과 결혼해 영화의 서술자 아들을 뒀다. 잔칫날 돼지를 잡는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 작가의 ‘소년 M의 임진강’을 원작으로 둔 ‘박치기’에선 1968년 교토를 배경으로 일본 남자 고등학생과 조선학교 여학생의 사랑과, 외국인으로서 일본에서 축구의 꿈을 펼쳐나갈 수 없어 북한으로 가는 북송선을 타려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교토의 강을 두고 일본 학생과 조선학교 학생의 싸움이 벌어지는 중에 남녀 고등학생을 이어주는 노래는 ‘임진강’이다.

‘박치기2’에선 주인공의 아버지가 일본군에 징용됐다가 탈출한 제주 사람이라고 나오며, 심방을 동원해 굿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1968년 출생의 코리안 재패니즈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 원작의 ‘고’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남한도 북한도 아닌 조선 국적 즉 이제는 없어진 나라의 국적이니 결과적으로 무국적이었다가 아들을 위해 한국적을 선택한다. 아들은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 전에 자신이 자이니치 한국인임을 고백해야만 했다.

‘박치기’ 시리즈와 ‘고’는 청소년 영화라기보단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국제 시장’을 합쳐놓은 듯한 영화들이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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