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수형인 손해배상소송 '청구 소멸시효' 쟁점

4·3수형인 손해배상소송 '청구 소멸시효' 쟁점
제주지법 민사부 28일 두 번째 변론기일 진행
정부 "진상보고서 발간 후 3년 지나 책임 없어"
수형인 "재심 결정된 2018년을 기준으로 해야"
  • 입력 : 2021. 01.28(목) 16:01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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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4·3 군법회의 재심' 첫 공판에 4·3수형 생존인들이 휠체어를 타거나 가족에게 의지해 출석하고 있다. 한라일보DB

제주4·3 수형생존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청구 소멸시효'가 오는 4월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28일 4·3수형생존인 양근방(89) 할아버지와 수형인 유족 등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03억원으로, 1인당 적게는 3억원에서 많게는 15억원에 이른다.

 앞서 수형인들이 승소한 53억원대 '형사보상 청구 소송'이 국가가 구금 후 무죄 판결을 받은 이에게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라면,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국가가 불법 행위를 인정, 이 행위로 입은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청구 소멸시효'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는 통상 5년, 국가배상법상 소멸시효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당한 날로부터 5년이다.

 피고 입장인 정부는 4·3 진상규명조사 보고서가 나온 지난 2003년을 원고(수형인)들이 피해를 인지한 날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3년 뒤인 2006년 12월이 소멸시효 종료 시점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또 손해배상 청구액도 과도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수형인 측 임재성 변호사는 "정부의 주장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개별적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도출하는 과거사위원회와는 달리 진상조사보고서는 4·3을 전반적으로 기록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재판의 소멸시효 기준은 재심이 결정된 2018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날 원고와 피고 측 모두 추가 제출 서류가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오는 4월 15일 오후 2시10분 열리는 변론기일을 끝으로 손해배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수형인들이 피해 사실을 말한 녹취록의 분량이 너무 길다며 원고 측에 편집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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