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신축항쟁 120주년 작품집 '장두'

[이 책] 신축항쟁 120주년 작품집 '장두'
"쓰러지고 뒹굴어도 바닥은 살아있다"
  • 입력 : 2021. 12.1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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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1901년 '신축항쟁'의 무대였던 관덕정 마당에서 열린 '장두 추모굿'.

신작 위주 시·시조 40여 편
장시·단편·평론 함께 담아

오늘날 공동체 파괴에 시사


코로나19 상황 속에 제약이 따랐으나 그때 그날을 기리는 자리는 이어졌다. 세미나를 열고, 화해의 탑을 세우고, 추모굿을 벌였다. 2021년 '신축항쟁 120주년'을 기념하며 이어온 사업이다.

이번엔 제주 안팎의 문학인들이 120년 전의 제주를 기억하기 위해 작품집을 냈다. 제주민예총 주최, 신축항쟁120주년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제주작가회의가 엮은 '장두(狀頭)'다.

작품집에는 '이재수'란 이름을 제목에 올린 시와 시조 등 신작을 위주로 40여 편이 실렸다. 대정고을 고문수 선생의 한시 '신축년전(辛丑年前)'도 소개했고, 앞서 발표된 문무병의 장시 '날랑 죽건 닥밭에 묻엉...', 한림화의 단편소설 '신축년 그해를 보낸 어느 가을에', 홍기돈의 평론 '근대 이행기 민족국가의 변동과 호모 사케르의 공간'을 덧붙였다.

이 작품집을 기획하면서 제주작가회의는 신축항쟁과 관련된 신평 일뤠할망당을 찾았고 역사현장을 답사했다. "(신축항쟁은) 앞으로 제주 섬에서 삶의 공동체를 파괴하거나 어지럽히는 세력이나 요소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 과제들을 던져주고" 있다는 이들은 "쓰러지고 뒹굴어도 바닥은 살아있다"(김정숙의 '밑변의 반란')며 "강정이 아물 때까지,/ 성산포의 숨이 제대로 돌아올 때까지/ 순수한 대지 위에서 전쟁을 상상하는 무리를 몰아낼 때까지/ 제주는 끊임없이 머리를 박고, 계속 구를 것이다/ 이것이 이재수다"(조미경의 '이것이 이재수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김수열 신축항쟁12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신축항쟁 120주년의 의미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작품을 보내준 작가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며 "이러한 의미 있는 사업이 특정 시기에 국한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서출판 각. 1만 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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