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제주백서향과 곶자왈 관리

[송관필의 한라칼럼] 제주백서향과 곶자왈 관리
  • 입력 : 2022. 02.15(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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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은 오름 같이 일정 분출구에서 용암이 흘러 이뤄진 곳으로 빌레, 암괴지, 습지 등 다양한 환경을 만든다. 이중 도너리오름에서 기원한 한경-안덕곶자왈의 상록활엽수림지대와 북오름에서 기원한 조천-구좌곶자왈의 상록활엽수림 지대에는 '제주백서향'이라는 식물이 자란다.

제주백서향은 우리가 백서향이라고 알고 있는 식물로서 2013년도에 꽃받침 통과 열편에 털이 없고 끝이 뾰족한 장타원형의 잎을 가진다는 특징 때문에 새롭게 명명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곶자왈과 남해안의 상록활엽수림 지대에서 관찰되는 종이다. 이 나무는 상록성 키 작은 식물로 1m내외로 자라고 꽃은 2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여 4월초까지 남아있으며, 열매는 5월말에서 6월초에 성숙하면서 떨어진다. 꽃이 피면 향기가 좋고 멀리 가기 때문에 '천리향'이라고도 불린다.

제주백서향이 피기 시작하면 곶자왈에는 찾아오고, 개구리발톱, 큰개불알풀, 탐라현호색 등이 차례로 꽃이 피고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등에도 꽃이 피기 시작한다.

제주백서향의 자생지를 살펴보면, 곰솔, 팽나무, 종가시나무 등이 혼생하는 지역으로 수관 아래로 어느 정도의 빛이 들어오는 지역이다. 너무 강한 햇볕아래나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숲 내에서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숲 가장자리 등에서 관찰된다. 이런 이유에서 제주백서향은 상록활엽수림으로 변화가 진행될수록 자생지에서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제주백서향뿐만 아니라 제주고사리삼, 골고사리, 새우란 등 자연 천이에 의해 상록활엽수림으로 변하면 자생지가 소멸될 수 있는 종들이 많다.

현재 우리의 곶자왈 관리 정책은 무엇일까? 곶자왈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발 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어떻게 관리하여야 한다는 과제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곶자왈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지하수 보호를 위한 장소뿐일까? 우리는 현재 곶자왈의 중요성을 논할 때 지하수함양뿐만 아니라 종다양성과 생태다양성을 논한다. 그렇다면 종다양성과 생태다양성을 위해 어떠한 관리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백서향은 종자 번식 등에 의해 이동할 수 있으나 곶자왈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해발 600m 아래에 주로 분포하고 경계 및 곶자왈 내에 민가, 경작지, 초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식물의 이동할 수 있는 장소가 매우 제한적으로 숲의 확장성이 매우 낮은 지역이다. 따라서 식물이 이동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의해 곶자왈 숲이 빠르게 상록활엽수림으로 천이되고 있어 자생지에서의 생육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현재의 곶자왈 관리정책으로 곶자왈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식물들의 자생지가 그대로 보존될 수 있을까? 나는 매우 회의적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제라도 특정종 등에 대해서 자생지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곶자왈에 대한 보호 및 보존 정책이 마련돼야 되지 않을까 한다. <송관필 곶자왈공유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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