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이 책]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고전
  • 입력 : 2022. 03.18(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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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 등 5개 옛이야기
공상과학 장르로 재해석

여성 캐릭터 주체적 재창조

'심청전' '별주부전' '해님 달님' '장화홍련전' '흥부와 놀부' 등 다섯 편의 고전이 5명의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탄생했다. 공상과학(SF)으로 재해석돼 완성된 5편의 새로운 소설은 이야기 전개뿐만 아니라 인물의 선택, 감정, 갈등 등 모든 면에서 스케일이 커졌다.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는 '옛이야기를 SF로 재해석한다'는 정명섭 작가의 한 줄 기획에서 시작돼 정 작가를 포함한 박애진, 임태운, 김이환, 김성희 작가의 5편의 단편소설이 묶였다. 옛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과 SF라는 새로운 판에 앉혀 시대의 꿈을 반영한 이야기로 재탄생됐다.

정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고전과 SF의 결합은 언뜻 보면 굉장히 안 어울릴 것 같습니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개가 잘 결합된 이유는 양쪽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의 무게감과 방향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새로 쓰인 소설에선 옛이야기에서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역할을 맡아 전형적으로 행동하던 캐릭터들이 입체적이고 개성 있는 면모를 뽐낸다. 새로운 시대와 장르를 만난 여성 캐릭터들은 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재창조됐다.

'심청전'을 모티브로 한 박애진 작가의 '깊고 푸른'에는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도, 운명에 순응하는 여성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청이'는 스스로 선택해 깊고 푸른 바닷속에 가라앉은 '인당수 타워'에 뛰어든다.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살리고, 자기 자신 역시 살아 돌아오기 위해 바다로 들어간다.

임태운 작가의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에서는 간을 배달하기 위해 육지로 간 안드로이드와 클론 소녀의 이야기가, 김이환 작가의 '밤의 도시'는 해가 없는 '밤의 도시' 소녀와 소년, 그리고 호랑이 외계인의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명섭 작가는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에서 계모의 계략으로 우주에서 실종된 언니를 찾아 나선 우주비행사 홍련의 모험을, 김성희 작가는 '흥부의 과학'때문에 벌어진 형제의 난을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에서 그려낸다. 이렇게 다섯 편의 소설과 기존 옛이야기와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사계절.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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