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50자에 담긴 진심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50자에 담긴 진심
  • 입력 : 2022. 04.21(목)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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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1000자, 환경.일자리 1000자, 복지.감염병 700자, 지하수 3000자.

지난 주 월요일, 가깝게는 어제, 어떤 기사를 썼더라? 1000자 기사 4개에 600자 6개 쯤, 기획기사라도 있는 날엔 한 건에 3000자. 글자 수를 더해 추산하면 1만 자? 누르고 지운 글자 수를 더하면 얼추 5만 자 쯤?

인간적으로 너무 많다, 양질은 모르겠고 틀린 사실은 아니니 일단 쓰자 라는 감각만 살아 남은 채 기사를 쓰는 날이면, 치아만 남은 그리스 신화의 에리식톤처럼 영혼과 육체는 사라지고 손가락만 자율주행하는 그림을 상상하게 된다.

그렇게 취재와 기사 마감에 에너지를 소진하고 나면,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거 열심히 하지 말 걸, 내일은 대충 해야지. 라는 꼬질꼬질한 마음이 가득찬다.

"관심 갖고 취재해줘서 고마워요, 잘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뭄에 콩 나듯 벌어지는 일이지만 최근 생각지도 못한 이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담은 문자를 몇 차례 받았다. 솔직히는 그 기사들도 나보다는 손가락의 공이 좀 더 들어갔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이들에게선 50자 짜리 문자에 담긴 마음 뿐 아니라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열정과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진심으로 가득찬 그 근사한 빛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반성과 다짐을 거듭하고 나서야 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일에 대해선 진심이어야지, 허투루 하지 말아야지,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유익하되 함께 있는 이들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강다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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