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참여와 자치의 기록] (3)마을의 대표성

[제주 마을-참여와 자치의 기록] (3)마을의 대표성
제주 마을 구성원 목소리 누가 어떻게 모으나 살펴야
지역개발사업 등 일부 이·통장 행보 놓고 주민들 반발
행정구역 경계로 나뉜 마을 이기주의 넘는 상생도 필요
  • 입력 : 2022. 06.22(수) 18:4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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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도두동 장례식장 반대위원회' 집회.

"마을 주민들의 알 권리와 참여 기회를 빼앗겼다." 장례식장 예정지와 그 주변 마을회 등으로 구성된 '도두동 장례식장 반대위원회'는 지난 3일 이 같은 목소리를 내며 제주시청으로 향했다. 반대위는 도두동 내 모 마을회장과 임원들이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시설임에도 "찬성 도장"을 받으러 다녔고 이를 허가 절차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근래 제주시청 앞에서 벌어지는 마을 집회들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이장·통장·반장 등 이른바 마을 대표와 구성원들 간 마을 이슈를 둘러싸고 극명한 의견 차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통장은 공개모집, 마을운영규약, 직권의 방법으로 읍·면·동장이 임명(제주도 리·통 및 반 설치 조례)하도록 되어 있다. 이들은 공무원인 읍·면·동장의 지도를 받아 여러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중 하나가 '지역개발사업의 추진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이다. 또한 반장은 이·통장의 지도·감독 아래 읍·면·동과 리·통의 행정 수행에 필요 업무를 처리한다.

이런 배경으로 제주도나 행정시가 해당 마을의 시설 인허가나 유치를 결정하는 과정에 의견을 수렴하는 주요 통로가 이·통장이 된다. '마을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이·통장의 그런 역할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와 반대로 마을의 뜻이 잘못 전달된다면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산업화, 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어딘가에 반드시 지어야 함에도 기피의 대상이 되는 시설 조성이 늘어나면서 사정은 더 복잡해졌다. 행정동·리로 경계를 나눴지만 지역 내 시설들이 미치는 영향은 사업 부지를 종종 벗어나는 탓이다. 지난 3월, 다른 시도에선 외면받지만 제주에서는 3개 마을이 서로 유치하려고 경쟁한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던 제주도의 광역폐기물소각시설이 한 예다.

서귀포시의 상천리, 상예2동, 중문동 등 3개 마을의 유치 신청 소식 직후만 해도 260억원대 마을발전기금 지원 등 경제적 혜택을 감안한 때문인지 해당 지역엔 "환영" 현수막이 나붙었다.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안덕면 광평리마을회가 "만장일치 반대" 입장을 알렸다. 마을회는 "제주도에서 가장 작은 마을의 처절한 몸부림"이라며 상천리에 들어설 경우 소각시설과 가장 가까워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다고 했다. "상예동 유치 신청 결사 반대"를 내건 우남동 주민, 예래2·4·5통 소각장비상대책위원회, 하예1마을회·노인회·청년회·부녀회 명의의 현수막도 보였다.

지난 2월 공개된 제주도의 입지 선정 세부 기준을 보면 17개 항목 중 '지역주민의 적극성'이 100점 만점 중 15점으로 가장 높다. 유치 찬성 주민 서명, 자생단체 성명서, 현수막 게시 등에 점수를 매긴다. '주변 마을 협력' 배점은 10점이다. 2개 마을 이상 협력 의향서가 있으면 10점, 주변 마을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0점이라고 제시했다.

광역폐기물 소각시설 유치를 둘러싸고 마을 간 갈등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대화 창구"를 먼저 행정에 제안한 건 광평마을회였고, 21일 안덕면 12개 리가 참여해 '안덕면상생협의회'가 꾸려졌다. 토론과 합의의 문화 속에 제주의 마을은 때로 그 지역을 뛰어넘어 '함께'를 사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제주의 한정된 자원을 미래세대까지 넘겨주려면 마을에서부터 각자도생이 아닌 상생의 가치가 살아있어야 한다. 진선희·김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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