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 학교 운동장 주차장 조성 논란 재점화

[초점] 제주 학교 운동장 주차장 조성 논란 재점화
도정질문·교육행정질문 지사·교육감 긍정 답변 잇따라
2022 교육행정협의회서 주차 심화 지역 시범사업 합의
도·교육청 "공감대 형성·학교 안전 우선 시범 운영 추진"
"보행 친화 도시 정책 고민 없이 단기 처방" 지적 새겨야
  • 입력 : 2022. 11.06(일) 15:4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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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열린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의 2022년 교육행정협의회에서 김광수 교육감(왼쪽)과 오영훈 지사가 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도청이 안건으로 올린 학교 운동장 주차장 조성 건에 대해 양측이 상호 협조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제주도교육청

[한라일보] 학교 운동장 지하주차장 조성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건 9월 22일 제주도의회의 도정에 관한 질문과 같은 달 26일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이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원도심 주차난 해소와 관련 "관점을 바꿔서 접근할 시기가 됐다"며 바로 전날 타 시도 학교 운동장 주차장 조성 사례를 담당 부서에 검토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학교 운동장 주차장 설치에 "찬성한다"며 학교 건물에 비해 운동장이 최소 5m 이상 낮은 노형중, 탐라중, 오라초를 해당 시설 추진 가능성이 있는 학교로 꼽았다. 이는 지난달 31일 열린 2022년 교육행정협의회의 도청 안건으로 올라왔고 양측은 이날 "교육청과 도는 주차 심화 지역에 대한 학교 운동장 활용 지하주차장 조성에 대해서 상호 협조하여 추진한다"는 '제주 미래 교육 발전을 위한 공동협력 합의서'를 내놨다.

|"공동주택 주차장 제외 시 확보율 80%대"

6일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도 자동차 등록대수는 9월 말 기준 총 68만4467대. 이 중 제주시 자동차 등록대수가 제주도 전체의 84.0%를 차지하고 세대당 자동차 대수는 전국 평균의 약 1.26배인 1.34대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제주시의 주차장 확보율은 자기차고지, 부설주차장을 포함 120.7%에 이른다.

단순 수치로 보면 주차장 면수가 자동차 대수를 웃돌지만 부설주차장 제외 시 그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공영주차장이 부족해 주차난 체감 지수가 높다는 점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주차장 확보율이 170~180%는 돼야 주차장이 충분하다고 하는데, 제주시의 경우 공동주택 부설주차장을 빼면 확보율이 80%대에 그친다"며 "도심지의 학교 운동장 주차장 조성이 거론되는 건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는 이번 학교 운동장 주차장 추진 합의에 따라 서울·경기 등 다른 지역 사례를 살피고 시범사업 운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도에 따르면 서울에는 29개소, 경기도에는 7개소의 학교 운동장 주차장이 만들어졌다.

제주도내 공영 주차장. 한라일보 DB

|"학교 신설 설계 단계 포함돼야 가능한 일"

학교 운동장 지하주차장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앞서 2006년 제주시에서 '학교 운동장 지하주차장 연구 용역'을 통해 제주북초, 제주동초, 광양초, 남녕고 등 4개교가 조성 필요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제시됐지만 구체화되지 않았다. 김 교육감이 교육행정 질문 답변 과정에서 언급했던 학교들은 어떨까. 그중 한 곳인 오라초의 관계자는 한라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생 수가 늘면서 교실이 부족하다. 그래서 당장 내년 3월 운동장에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는 게 우선이다"라며 주차장 조성이 학교 현실과 동떨어진 일임을 드러냈다.

지난 실패 사례에서 짐작하듯 학교 운동장 주차장 조성은 학교 구성원 등의 동의가 관건이다. 수년이 걸리는 공사에 따른 수업권 침해와 학생 안전 문제, 도시계획시설 중복결정 절차 이행, 건당 50억원 안팎이 투입되는 복층화 주차장 공사 대비 막대한 예산 등을 감안해야 한다. 도와 교육청의 실무협의에서 시범사업 추진 시 공감대 형성, 학교 안전 최우선 고려 등을 전제했으나 대상 학교 선정 단계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학교를 새로 지을 때 설계상 주차장이 포함돼야 가능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단기 처방식 학교 운동장 주차장 시설 이전에 자동차 의존 도시의 문제점을 짚고 보행 친화 도시 등 근본적 정책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도 관계자는 "차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원도심에는 여전히 주차장이 없는 곳이 많다"며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주차장 수급 실태를 조사 중인데 12월쯤 결과가 나온다. 그에 따라 주차난이 심한 지역 중 학생들 안전에 이상이 없는 학교를 택해 시범사업 추진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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