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령 연구원 만들어 인건비 가로챈 국립대 교수

[단독] 유령 연구원 만들어 인건비 가로챈 국립대 교수
A교수, 인건비 챙기려 제자들 연구원 허위 등록
2018년부터 5년간 혈세 4400여만원 부당 수령
교수 우월적 지위 눌려 잘못 알아도 거절 못해
A교수 "잘못 인정"… 학교 측에 보직 사퇴 의사
  • 입력 : 2022. 12.07(수) 17:47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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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지역에서 국립대학교 교수가 제자를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수년 간 인건비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연구원으로 등록된 제자들은 잘못인 줄 알고 있었지만 교수의 우월적 지위에 눌려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본보는 최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주대학교 해양스포츠센터(이하 센터)의 비리 의혹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센터는 해양스포츠 분야 교육·연구를 위해 2009년 12월 설립된 제주대 산하 기관으로, 모 학과 A교수가 2017년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문건에는 센터가 2018년부터 올해 11월까지 '해양구조물관리 취업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센터 내 연구원에게 지급한 인건비 내역이 나와 있다. 해양구조물관리 취업 지원사업은 산업잠수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제주도가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고, 제주도와 협약을 맺은 센터가 인력 양성과 취업 연계를 담당했다. 이 사업의 연구책임자는 센터장인 A교수다.

지금까지 이 사업에는 4억9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이중 일부가 연구원 인건비로 쓰였다. 센터가 사업 참여 연구원을 '등록'하면 보조금을 지원 받은 대학 측이 연구원 개인계좌로 인건비를 지급했다.

문건을 작성한 익명의 제보자는 등록된 연구원이 실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유령 연구원'이라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그동안 연구원 5명에게 한 달에 적게는 51만여원에서 많게는 170만원까지 총 4400여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기재됐다. 본보는 문건에 나온 연구원 이름과 금액대로 인건비를 지급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주도에 대조를 요청한 결과 보조금 정산보고서와 문건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문건에 기재된 연구원들 중 일부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연구원으로 이름이 올라갔다며 허위 등록을 시인했다. 이들은 당시 제주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던 대학원생으로 A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B씨는 "A교수가 연구원으로 등록할 수 있게 이름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며 "인건비를 지급 받으면 전부 현금으로 인출해 교수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C씨는 부당한 일인 줄 알고 있었지만 차마 A교수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C씨는 "사실상 졸업을 시켜주는 게 담당교수인데, 교수가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졸업을 해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힘들다"며 "또 학과가 워낙 폐쇄적인 분위기이다 보니 부당한 일을 당해도 외부에 말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A교수는 제기된 의혹을 모두 인정했다. A교수는 7일 본보와 만난 자리에서 "잘못을 인정한다"며 "제자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제자들을 상대로 강요나 협박은 없었다고도 했다.

다만 A교수는 자신이 해양구조물관리 취업 지원사업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와 대학 측이 애초 협약을 맺을 때 책임연구자에 대한 인건비를 책정하지 않은 문제와 대학 규정상으로도 인건비를 받아낼 방법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자들을 인건비 부당 수령에 동원할 것이 아니라 협약을 수정해 책임연구자 인건비를 책정하는 방법에 대해선 고려해보지 않았느냐 질문에 대해선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며 "후회스럽다"고 고개를 떨궜다. 한편 A교수는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이날 학교 측에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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