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행자 안전 여전히 위험… "제2 한나 양이 없도록"

[현장] 보행자 안전 여전히 위험… "제2 한나 양이 없도록"
경찰 고 조한나 양 사고 1주기 맞아 제주 전역 단속·홍보
조 양 가족·친구 교통안전 캠페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입력 : 2023. 02.09(목) 17:04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사진 왼쪽) 9일 오전 고 조한나 양 가족과 친구들이 서귀포시 동홍동주민센터 앞에서 교통안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 같은 날 오후 제주경찰청은 제주시 이도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 보행자 보호 의무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지난해 2월 9일 오후 7시2분쯤 서귀포시 동홍동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13세의 조한나 양이 차량 2대에 잇따라 치이며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사고 1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제주지역에서는 보행자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제2의 한나 양 사고와 같은 위험성이 우리 주변에 있다.

조한나 양의 사고 1주기를 맞아 9일 오전 7시30분부터 서귀포시 동홍동주민센터 앞에서는 한나 양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와 저속 주행 등을 촉구하는 교통안전 캠페인을 전개했다.

한나 양의 가족과 친구들은 사고 이후 매월 9일 교통안전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캠페인에는 방학을 맞은 한나 양의 친구들이 다수 참여했으며,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동참해 출근길 운전자들을 향해 보행자 보호 의무를 지켜달라는 피켓을 들고 관심을 당부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한나 양의 친구는 "한나의 사고 이후 많이 슬펐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더 많이 살피면서 건너고 있다"며 "차들이 안전 속도를 지켰으면 좋겠고 제발 천천히 운전해 달라"고 말했다.

9일 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센터 앞에서 진행된 교통안전 캠페인. 이상국기자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보행자 교통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19%를 차지하는 769건이 발생했으며 18명이 숨지고 776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운전자가 472명이나 단속되며 2021년보다 258% 급증했다.

경찰은 9일 오후 제주 전역에서 어린이 보호 구역을 중심으로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과 어린이 통학버스 준수사항 위반 등에 대한 단속을 실시했다.

이도초등학교 주변 단속 현장을 살펴보니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한 운전자들이 줄줄이 적발됐다. 심지어 일시정지 의무 위반과 함께 제한 속도 30㎞ 이상으로 달리던 운전자도 단속됐다.

적발된 운전자들은 대부분 "몰랐다"고 변명했지만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이미 7개월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날 단속에서는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15건, 통학버스 운영자 및 운전자 준수사항 위반 3건 등 총 18건이 단속됐다.

9일 제주시 이도초등학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진행된 경찰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단속 현장. 이상국기자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뿐만 아니라 건너려고 하는 보행자가 있다면 운전자는 일시정지 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반드시 일시정지했다 출발해야 한다. 위반 시 승용차 기준 6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단속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 습관이다. 도로에 나서는 운전자들은 규정 속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 보행자를 보호하고 보행자 역시 안전한 보행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한나 양의 아버지는 "사고 이후 1년이 잊히지 않을 만큼 정말 힘들었지만 또 다른 한나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운전자들이 서행하고 멈춰주고 하는 모습을 조금씩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빠르게 운행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와 보행자가 같은 입장에서 안전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운전자들이 조금 더 보행자를 보호하는 의식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74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