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는 국내적으로 국방정책을 알려 국민적 안보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제적으로는 국방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국제적 신뢰 조성을 목적으로 국방부에서 발행하는 책자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 안보전문가들은 국방백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방 운영 방향을 가늠하고 국방 관련 심층적인 자료를 획득할 수 있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국방백서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 수많은 관련기관이 참가해 신중하게 작성된다. 지난 2월 16일 발간된 '2022 국방백서'는 1967년 이후 25번째이며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번째로 발간됐다.
'2022 국방백서'는 안보 환경,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 전방위 국방태세 확립 및 대응역량 확충, 국방혁신 4.0을 통한 첨단과학기술 강군 육성, 한미동맹의 도약적 발전 및 국방 협력 심화·확대, 안전·투명·민군상생의 국방운영, 미래세대에 부합하는 국방문화 조성 등 총 7장의 본문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특징은 '힘에 의한 평화' 기조하에 '국방혁신 4.0' 추진을 통한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고 적의 도발 시 강력한 대응 의지를 강조했으며 '글로벌 중추국가',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동맹 강화' 등 정부 정책 기조를 충실히 반영했다. 특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북한 위협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敵)'임을 명확히 기술한 것이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으로 규정한 것은 2016 국방백서 이후 6년 만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대남 전략, 우리를 적으로 규정한 사례, 지속적인 핵전력 고도화 및 군사적 위협과 도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 표기를 부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방백서의 적 또는 주적(主敵) 개념은 김영삼 정부 시 북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으로 처음 명기됐으며 노무현 정부 시 '북한은 직접적 군사 위협'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으로, 문재인 정부 시에는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라는 문구로 대체돼왔다.
안보 환경의 변화에 맞춰 주적 개념을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적 개념이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래 북한의 군사전략과 도발 행태를 봤을 때 북한은 명백한 적임이 틀림없다.
지난 정부의 잘못된 안보 현실 인식과 그에 따른 우리 군의 극심한 정체성 혼란은 군의 전투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으며 이를 지켜보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권을 떠나 북한 눈치를 보지 않고 현재의 안보 현실에 걸맞은 국방백서를 보게 돼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며 이를 계기로 군이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란다. <남동우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예비역 해군 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