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가 시험림 초유의 도난·훼손 사건 경찰 수사

제주 국가 시험림 초유의 도난·훼손 사건 경찰 수사
성인 키만한 자연석 사라져… 중장비 동원 추정
연구 목적용 서어나무·굴나무 등 십수 그루 훼손
  • 입력 : 2023. 02.20(월) 17:59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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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시험림에 속한 사려니오름 일대.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지역 산림 자원 연구·보존을 위해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림에서 성인 남성 키만한 대형 자연석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연구 목적용 산림 자원이 무참히 훼손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산림청 소속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산림연구소(이하 연구소)에 따르면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한남시험림에서 지난 6일 자연석 1점이 사라졌다.

사라진 자연석은 높이 약 180㎝에 폭 60㎝로 성인 남성 키만한 크기다. 또 자연석이 파헤쳐 진 곳 바로 옆에서 자생하던 연구 목적용 서어나무와 굴거리나무 등 십수 그루가 무차별적으로 훼손됐다.

연구소 측은 사라진 자연석의 크기 등을 미뤄볼 때 누군가 중장비를 동원해 한남시험림에 무단 침입한 뒤 자연석을 훔치는 과정에서 연구용 산림 자원까지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남시험림은 매년 11월1일부터 이듬해 5월15일까지 산불 조심기간을 제외하면 사전 예약을 받는 조건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되지만 도난·훼손 사건이 발생한 곳은 기간에 상관 없이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출입통제구역이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험림에서 산림 자원을 훔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진다.

또 제주특별법에 따라 가장 긴 직선 길이가 10㎝ 이상인 자연석을 무단으로 채취하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더 나아가 이 암석을 매매하거나 제주 밖으로 반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연구소에 따르면 도난·훼손 사건이 일어날 조짐은 이미 석 달 전부터 있었다. 연구소 측은 지난해 말 순찰을 돌던 중 누군가 시험림 출입통제구역에 드나든 흔적을 발견하고 처벌 규정을 적은 현수막을 내거는 한편, 굴삭기를 세워 길목을 막았지만 이번 범죄를 막지 못했다.

연구소 측은 시험림에서 초유의 도난·훼손사건이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간혹 탐방 허용기간에 방문객에 의해 자생 식물 등이 훼손되거나 사라진 흔적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중장비를 동원해 산림 자원을 계획적으로 도난·훼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감시용 CC(폐쇄회로) TV와 출입 통제용 차단기가 곳곳에 있지만 시험림이 워낙 넓다보니 이번 같은 계획적인 범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남시험림 부지는 1223만㎡ 규모로 축구장으로 따지면 1900여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시험림 중 약 10%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연구소 측은 제주자치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산림 훼손과 도난 범죄가 함께 발생해 직무 권한 상 수사가 힘들다는 통보를 받자 국가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날 연구소 관계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한편 한남시험림은 1922년 국가 소유의 국유림으로 지정된 후 수십 년간 제주도의 위탁 관리를 받아오다 지난 2002년부터 연구소가 관리하고 있다.

한남시험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삼나무 조림지가 있으며 주로 붉가시나무, 굴거리나무 등 상록활엽수와 서어나무, 졸참나무등 낙엽활엽수가 서식한다. 도내에는 이같은 시험림이 한남을 포함해 서귀포·곶자왈 등 3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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