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주제 공연에 앞서 제주 화합 전도 풍물 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제주들불축제에 따른 환경 영향 최소화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지역민이 참여하는 축제장 환경지킴이 활동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1일 오후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 마련된 2023 제주들불축제 주제관에서 열린 제주시 주최 '축제 환경변화 대응과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2023 제주들불축제 발전 방안 포럼'을 통해서다.
'축제 생각과 정책 변화에 따른 제주들불축제 발전 전략'에 대해 주제발표한 이인재 가천대 교수는 올해 들불축제의 킬러 콘텐츠인 오름 불 놓기가 취소됐지만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환경을 고려하는 축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미세먼지·침출수 등 주요 환경 피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실시, 축제에 따른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역 연구기관의 R&D, 새 둥지 옮기기 등 지역민을 활용한 환경지킴이 활동, 축제 기획 단계에서 환경 전문가 참여가 그것이다.
제주들불축제 발전 방안 포럼. 이상국기자
제주들불축제 마상마예 공연. 이상국기자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 교수는 '축제 키워드와 제주들불축제 발전 방향' 주제 발표에서 축제의 성공 요인으로 지역성, 주민참여성, 화제성, 체험성, 지속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수요자를 위한 축제가 되려면 들불축제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환경 변화에 대응하되 축제 콘텐츠의 깊이 만들기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의근 제주국제대 교수는 그동안 들불축제 오름 불 놓기가 악천후, 코로나19, 산불 영향으로 연기되거나 전면 취소된 사례를 들며 축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해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매년 3월에서 4월 말까지 전국적인 산불 영향 때문에 조마조마해질 것 같다"며 종전의 정월대보름 시기 등 축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언급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영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위원은 "전 사회적 탄소중립 요구에 따라 축제 영역에서도 저감 노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우선 탄소량의 측정을 통한 목표치 설정이 요구되며 이에 따른 저감 방안을 작성하고 행사 시 목록화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불 놓기가 취소되면서 주최 측에서 아쉬워하고 관광객들도 실망감이 들겠지만 최근 강화된 안전 문제를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본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지속 가능성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논의할 시점이 되었다"고 했다.
듬돌들기 경연대회. 이상국기자
이날 포럼은 지난해에 이어 연거푸 산불 영향으로 축제의 상징인 불 놓기가 취소되면서 친환경 또는 지속 가능 방안에 초점을 둔 발표와 토론이 잇따랐다. 하지만 일각에서 광활한 오름에 불을 붙이는 들불축제를 두고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한다며 전면 폐지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어서 이번에 제기된 의견들이 얼마나 반영되고 공감대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축제의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일부 환경 프로그램 도입만으로 '친환경'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위장 환경주의'라는 주장도 있어서다.
한편 불 놓기 등 불 관련 프로그램이 모두 취소된 이번 들불축제는 지난 10일 개막 행사에 이어 11일에는 듬돌들기 경연, 읍면동 '넉둥베기' 경연, 마상마예 공연, 제주 화합 전도 풍물대행진 등이 이어졌다. 주최 측은 11일 하루 입장객이 정상 개최됐던 해의 3분의 1 정도인 4만4000명(오후 6시 기준)이라고 했다. 축제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새봄 새 희망 묘목 나눠 주기, 제주도민 노래자랑, 새별오름 플로깅 페스타 등이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