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34] 2부 한라산-(30)부악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34] 2부 한라산-(30)부악
가메오름은 '가장 꼭대기의 오름'이자 '바위오름'
  • 입력 : 2023. 03.28(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알타이 여러 언어와 퉁구스어권
‘갓’ 혹은 ‘갇’은 바위


[한라일보] '갓' 혹은 '갇'은 오름 혹은 '뫼'와 같은 산의 뜻과 연결되면서 받침이 탈락해 '가'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내용은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렇게 되면 '가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라산을 부악(釜岳)이라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가+메'라고 한 것을 '가메+오름'으로 이해하면 '부악'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가'의 뿌리 말 '갓' 혹은 '갇'은 풀이에 신중해야 하는 또 다른 뜻이 감춰져 있다. '꼭대기의 산'만이 아니라 '바위' 혹은 '바위 봉우리'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알타이어에 '카두'라는 말이 있다. '바위' 혹은 '산'의 어원이다. 퉁구스어권에서는 바위를 지시하는 말로 '카다-'를 기본형으로 해 다양하게 파생했다. 원시 퉁구스어로는 '카다'가 바위를 지시한다. 에벤키어에서 '카다', '카다가', 에벤어에서 '카다', '카다쿠', 네기달어와 만주어에서 '카다', 올차어에서는 '카달리'로 나타난다. 오로크어어와 나나이어 '카다'가 화강암과 대리석, 오로첸어, 우데게어, 송롱고어로도 '카다'다. 남만주어에서는 '허더'로 특별히 산봉우리의 뜻으로 쓰인다.

몽골어권에서도 유사하게 쓰인다. 원시 몽골어에서 '카다'가 바위를 나타낸다. 중세 몽골어, 몽골 문어에서도 거의 같다. 부리야트어, 칼미크어, 오르도스어, 다구르어에서도 '카다' 또는 '갇'이다. 모두 유사하다.

이와 같이 알타이 제어에 '갓' 혹은 '갇'을 어근으로 하는 말이 퍼져 있다. 대체로 바위 혹은 봉우리를 지시한다. 다시 이 어휘는 우리말에서 변화무쌍하게 파생한다. 우선 '가'로 쓴 지명을 보자.

'가마', '가메' 혹은 '가매'로 쓰는 사례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통해 검색한 결과 171개가 나왔다. 그중 남한에 8개, 나머지는 모두 북한에 분포한다. 주로 가마솥을 닮았다고 나온다. 백록담처럼 움푹 패어서가 아니라 그냥 볼록한 형상인데, 이를 가마솥을 엎어놓은 모양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다른 이름으로 '솥봉'이라거나 '부산(釜山)'이라는 곳도 있다. 한자표기는 駕馬峰(가마봉; 전라남도 여수시 소라면 대포리에 있는 산), 加馬峰(가마봉; 평남 덕천군(현 구장군)과 평북 영변군(현 영원군)의 경계에 있는 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주로 가마봉이라는 산이 북한에 있는 데 북한에서 제공하는 조선향토대백과의 설명에는 한자표기가 되어있지 않아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가마', '가메' 혹은 '가매'는
모두 꼭대기 혹은 바위산


말이란 시대의 변천과 지역에 따라 발음의 유사성만으로도 유추작용을 겪게 마련이다. 산 이름에 나오는 '갓'이란 본디 꼭대기라거나 바위를 지시했는데, 발음과 개념의 유사성으로 머리에 쓰는 '갓'으로도 분화했다.

"관악산(冠岳山)은 그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의 '갓뫼(간뫼)' 또는 '관악(冠岳)'이라고 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설명이다. 여기에 중요한 힌트가 있다. '갓뫼'가 '관악'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름은 원래 바위산이란 뜻인데, 바위를 지시하는 '갓' 혹은 '갇'은 어디 가고 머리에 쓰는 관(冠) 모양이 되어버렸다.

관모봉이라는 이름은 많다. 이 이름도 대부분 '바위 봉우리'에서 온 것인데 머리에 쓰는 '갓'으로 보아 '관(冠)을 붙이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이에 견인되어 '뫼' 혹은 '메' 조차도 모자를 의미하는 '모(帽)'로 바꿔 버린다.

울릉도에 관모봉이 있다. 바위산이다. "봉우리가 삼각형 고깔 모양의 관모(冠帽)와 비슷한 형태라 해 관모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어느 포털에서 소개하는 내용이다. 정작 이 봉우리의 이름은 관모봉(冠冒峰)으로도 쓰여 한자로는 다소 다르게 표기한다. 한반도에서 백두산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산으로 관모봉(冠帽峯)이 있다. 함경북도 경성군 주을읍과 무산군 연사면에 걸쳐 있는 높이 2541m의 산이다. 같은 함경북도에 어랑군 서부 함경산맥의 남부에 있는 높이는 2170m에 달하는 산도 관모봉이다.



'각시바위', '각수바위'라든가. '갯깍'·'쇠소깍' 등도 바위


충북 옥천군의 청성면 두릉리·장연리·도장리 등에 걸쳐 있는 관모봉은 갓모봉, 갈모봉이라고도 한다. 충남 예산군의 북동부 예산읍 북동쪽 에 있는 관모봉은 '관모봉, 갈기봉, 갓모봉'이라고도 하고, 충북 영동군 용화면 여의리, 자계리, 용강리에 걸쳐 있는 관모봉도 '한국지명총람'에는 '갈모봉', '갓모봉'이라는 이름도 올라있다. 이처럼 가마봉은 '관모봉, 갓모봉, 갈모봉, 모봉'으로도 부른다. 북한지역정보넷에는 122건의 관모봉이 검색된다. 일부 중복되는 내용을 고려해도 대단히 많은 것이다. '봉', '산' 등 산 이름처럼 보이는 지명 외에 전국 도처에 '갓바위'라는 바위가 있다. 이 말은 사실 '바위+바위'라는 뜻이다. 그런데 '갓'의 원래 뜻은 잊히고 벼슬이나 선비를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갓'으로 부르는 것이다.

대학입시 철이면 이 바위에 치성을 드리는 장면을 보게 된다. 제주도에도 유명한 '갓'바위가 있다. '각시바위' 혹은 '각수바위'라든가. '갯깍', '쇠소깍' 등도 바위라는 뜻에서 기원한다.

이러한 여러 산 이름 땅 이름의 기원으로 볼 때 '부악(釜岳)'이란 '솥처럼 생긴 산'이 아니라 여러 오름 중 유별나게 '바위로 이루어진 오름' 즉, '바위오름'이라는 뜻이다. 다만 '가장 꼭대기의 오름'이라거나 '바위오름'이라고 부른 고대인은 각각 누구였나 하는 문제는 좀 더 연구해 봐야 할 것이다.

가메오름은 꼭대기의 봉우리이자 바위로 이루어진 오름이라는 뜻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21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