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의 한 아파트 상가 업주들이 최근 받은 164만원이 부과된 상하수도 요금 고지서.
[한라일보] "귀신이 곡할 노릇도 아니고 평소 20여 만원이던 상하수도 요금이 갑자기 164만원이 부과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주시 노형동의 한 아파트 상가 업주들은 최근 상하수도 요금 고지서를 받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트와 미용실, 축산물 판매장, 중화요리 식당 등 4개의 매장이 들어선 이 상가에 평소보다 8배 이상 많은 164만6670원의 요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18년째 같은 자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A 씨는 "이런 요금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며 "물을 그렇게 많이 쓰는 가게들도 아니고 평소 20여 만원을 넘지 않던 요금이 이렇게 많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반용 상수도에 40㎜ 배관으로 공급되는 해당 상가는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16일까지 사용량이 386t으로 검침됐다. 이는 전월 3월 17일부터 4월 16일까지 사용량 81t의 4.8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해당 상가의 6개월 치 상하수도 요금 고지서를 살펴봐도 부과된 요금은 17만원에서 20만원 사이였다. 업주들은 전체 요금 중 각 매장별 계량기를 자체적으로 검침해 요금을 나눠내고 있었다.
업주들은 "혹시나 누수가 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밤에 영업이 끝나고 모든 수도를 잠근 상태로 계량기를 살펴보니 계량기도 작동하지 않아 누수는 아닌 것 같다"며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역시 업주들과 손님만 사용해 외부인이 사용할 수 없고 매일 영업을 하는데 화장실에서 물이 새거나 수도가 틀어져 있었다면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3년 전 수도 배관이 파손돼 누수가 발생했을 때도 요금이 40여 만원 정도였다"며 "원인도 모르고 164만원을 다 낸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해당 상가에서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중화요리 식당 업주 B 씨 역시 "해당 기간은 오히려 매출이 감소했던 시기로 이 요금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요금 164만원이 부과된 수도 계량기에 대한 이상유무 검사를 위해 탈거한 계량기 대신 지난 16일부터 임시 설치된 계량기.
업주들은 해당 상가로 인입되는 메인 수도관 계량기에 대한 조사를 신청했고 제주시는 지난 16일 해당 계량기를 탈거해 서울에 있는 전문 업체로 보내 조사를 의뢰했다.
16일부터 설치된 임시 계량기는 27일 오전 현재 33t의 사용량이 검침됐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계량기를 바꾸자 평소 사용 범위로 돌아왔다"고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상가 주민 분들의 민원 내용을 종합하면 계량기 고장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지만 시에서는 계량기 검침 내용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상황이라 정확한 원인까지는 알 수가 없다"며 "계량기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오면 정상일 경우엔 현행대로 요금을 부과하고 계량기 고장으로 밝혀질 경우 최근 3개월 평균 요금으로 조정해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3주에서 1달가량 뒤 나올 예정이다.
한편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상하수도 계량기 이상 유무에 대한 검사는 총 440건이 접수돼 8건이 고장으로 확인됐으며, 해당 상가와 같은 40㎜ 이상 수도관 계량기에서는 6건의 조사가 진행돼 1건이 고장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