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물기·이갈이 습관서 다수 발생인지 치료 선행 통해 증상 호전 가능입술 다물고 치아 띄우는 연습 필요
[한라일보] '살살 써야 하는 신체 기관'은 어디일까? 부서지면 안 되는 귀중한 것. 그래서 "살살 쓰세요"라는 말은 치과를 찾는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주 제주인의 건강다이어리는 제주대학교병원 치과 정다운 교수의 도움을 받아 치아의 비 기능이상습관에 대해 알아본다.
▶과도한 힘·자극은 치아 건강 위협=식사를 할 때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지만 씹는 것이 좋은 자극을 넘어 발휘하게 될 때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기게 된다. 이는 보통 음식물이 입안에 없을 때 이를 꽉 깨무는 이 악물기나 이를 갈거나 하는 이갈이 습관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비 기능이상습관이라고 하는데 풀어서 설명하면 기능하지 않을 때 치아에 가해지는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사진은 91세 환자의 치아.
위의 사진은 34세 환자의 치아로 마모 정도의 차이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91세 고령의 환자이기에 이런 경우는 노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진행된 마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40~50대 환자의 치아가 이러한 마모소견을 보인다면 비 기능이상습관이 있는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정다운(제주대 치과 교수)
▶문제점 다양… 원인 별 치료 진행=비 기능이상습관으로 생기는 문제점은 다양한데 첫 번째가 치아 마모이다. 치아 마모가 발생하면 씹는 면이 파이거나 치아 목 부분인 치경부가 파인다. 치경부가 파이는 것은 잇솔질에 의한 마모도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저작력 때문에 파이는 경우도 아주 많다. 치경부 파임의 증상은 개인차가 큰데 아주 조금만 파여도 너무 시려하는 환자가 있고 치아가 부러질 정도로 많이 파여도 증상이 없는 환자들도 있다. 이 차이가 무엇인지 규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전자의 경우에서 이 악물기 습관이 해소됐을 때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턱관절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귓구멍 앞에 있는 양쪽 턱관절에는 윗턱과 아래턱 사이에 관절원판이라고 부르는 연골이 들어있다. 개구장애와 통증을 일으키는 턱관절 질환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턱관절에 무리하게 가해지는 힘이다. 운동할 때, 집중할 때, 긴장할 때, 힘쓸 때, 잘 때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 기능이상습관을 인지하고 개선하는 것이 약물치료, 물리치료, 장치치료 등의 치료법에 앞서 가장 선행돼야 하는 턱관절 질환 치료법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이러한 인지 치료를 통해 턱관절 질환 증상의 개선을 보이게 된다.
세 번째 문제점은 치아의 통증이다. 진료실에서 "여기저기 다 아프다"고 말하는 환자들을 검진했을 때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는 다수의 치아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는 비 기능이상습관에 관한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한 달 정도 후 재검사 시 대부분의 경우에서 증상 개선을 보이고 원인치아가 있는 경우는 확실한 감별진단이 가능하게 된다. 만일 원인치아의 통증이 치아 뿌리에 금이 가서 생긴 경우에는 좋지 않은 상황으로 해당 치아를 뽑게 될 수도 있다.
네 번째 문제점은 보철물의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 틀니로 예를 들면 분홍색의 의치상과 치아 부분이 모두 레진의 일종인데 틀니를 끼고 이 악물기를 하는 경우 치아 부분도 심하게 마모되고 의치상의 파절도 일어나게 된다. 자동차와 같이 운전자의 관리습관에 따라 빨리 망가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치과를 찾는 환자들에게는 "치아를 살살 쓰세요"라는 주의사항이 전달된다. 구강 건강을 위해서는 잇솔질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잇솔질로 세균을 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저작력(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힘)의 관리이다. 식사할 때 이외에는 치아와 치아가 닿지 않게 입술은 다물고 치아는 띄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치아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김도영기자
[건강 Tip]잇몸 건강 꾸준한 관리 필요치료해도 재발 잘 되는 치주질환스케일링·칫솔질 등 예방이 중요
잇몸은 치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치주조직의 일부이다. 잇몸병(치주질환)은 이런 치주조직이 손상되는 병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치아 건강뿐 아니라 다른 전신 질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아는 치주인대, 치조골, 그리고 잇몸으로 구성된 치주조직에 의해 단단히 고정돼 있다. 치주조직은 음식을 부수거나 찧을 때 치아를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이 치주조직이 세균에 의해 감염되면서 염증이 생기는 병이 치주질환이다. 치주질환이 생기면 잇몸에서 피가 나고 더 진행되면 악취와 고름도 난다. 결국 치아를 둘러싼 뼈(치조골)가 녹으면서 치아를 잡아주는 힘이 약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치아가 흔들리게 돼 음식을 씹을 때 치통이 생긴다.
치주질환은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더 잘 생겨 노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모든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주질환도 일단 발생하면 치료해도 재발이 잘 되고 질환이 진행돼 치조골이 많이 녹아내리면 다시 재생되지 않으며, 그 부위에 깊은 치주낭이 형성된다. 치주낭에서는 세균이 더 쉽게 번식하며 재발이 잘 되기 때문에 치주질환은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
치주질환 치료의 시작은 치석제거술인 '스케일링'이다. 이 과정은 치아 표면의 치석과 착색을 제거해 세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고 칫솔질만으로도 이가 잘 닦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 치주질환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되면 치아와 잇몸 사이의 틈, 즉 치주낭이 깊어지며 이런 치주낭에는 치석이 쌓이기 쉬워 병원성 세균이 활발히 번식해 몸을 마취한 후에 치주낭의 깊은 부위에 쌓인 치석을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치주질환 예방을 위해 평소 칫솔질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정기적으로 치석제거를 받아야 한다. 식사 후와 잠자기 전에는 모든 치아의 표면과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부위를 세심하게 칫솔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너무 세지 않은 부드러운 힘으로 해야 하며 특히 어금니 부위, 입천장 쪽, 그리고 혀 쪽 면은 칫솔이 닿기 어려우므로 거울을 보면서 닦을 필요가 있다. 특히 임플란트를 했을 때 임플란트와 임플란트 사이, 혹은 임플란트와 잇몸 경계 부위를 굵은 치실로 깨끗하게 하는 것이 염증 예방에 아주 효과적이다. 김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