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 '다수의 전공의·수련의 부재로 인해 응급실은 비상진료체계로 운영됩니다'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이날 제주지역에서도 전공의 100여 명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며 업무를 중단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제주지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대로 20일부터 집단 휴진하면서 의료 대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와 각 병원에 따르면 제주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 95명 중 76%에 이르는 73명이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업무를 중단한 전공의 73명 중 53명은 제주대학교병원 소속이고, 나머지 20명은 제주대병원의 협력 병원인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에서 파견된 전공의다.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냈으며 병원 측은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또 한라병원에서 수련을 하는 전공의 35명 가운데 20명도 전날부터 이틀째 출근을 하지 않았다. 20명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파견된 전공의다.
이밖에 서귀포의료원, 한마음병원, 중앙병원, 한국병원에 파견된 전공의 등 이날 오전 8시 기준 도내 6개 수련병원에 배치된 전공의 141명 가운데 103명이 집단 휴진했다.
이탈 전공의가 가장 많은 제주대학교병원엔 비상이 걸렸다. 제주대병원은 이날부터 중증 환자만 응급실 진료를 허용하는 등 비상 진료체계로 전환했다.
실제 전날 다리를 다쳐 고관절 수술을 받으려 제주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한 환자는 응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절 당했다. 또 경증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상대로 퇴원을 하거나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오늘(20일)부터 각 진료과목 교수들이 전공의들이 해오던 당직 근무나 환자 상황 파악 등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며 "수술 집도를 맡은 교수가 전공의들이 통상 해오던 봉합까지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술실도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대병원은 전공의들이 병원에 복귀하지 않으면 오는 22일부터 12개 수술실 중 10개만 가동하고, 다음주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8개만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예약된 환자의 수술 일정 일부는 연기가 불가피 한 상황이다.
20일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 앞 '비상진료 체계 운영 중' 안내판. 강희만기자
제주도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기 위해 이날부터 2인 1조로 4개반을 편성해 수련병원에 대한 현장 조사에 돌입했다.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되면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다. 업무 개시명령은 개인에게 각각 개별적으로 통지된다.
또 제주도는 24시간 비상 진료 체계가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응급실 당직 근무 상황도 점검한다. 점검에서 당직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응급실 근무명령 미준수 확인서를 제출 받은 뒤 보건복지부로 전달한다.
또 지난 6일부터 가동한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24시간 체제로 전환해 제주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늘리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진료 공백이 나타날 경우 보건소 연장 진료를 추진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의료 공백을 방지하고 도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정부 지침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