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공의 이탈 심한데… 공보의사 지원마저 후순위

제주 전공의 이탈 심한데… 공보의사 지원마저 후순위
도내 공보의 55명 중 수련병원 지원 가능 인원 6명
6명조차 상종병원 우선 파견 道 "제주로 배치 요청"
제주대병원 경영난 심화·희망자 상대 무급휴직 검토
  • 입력 : 2024. 03.07(목) 17:40  수정 : 2024. 03. 08(금) 22:40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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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전공의 집단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 빈자리를 메울 대책 중 하나로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지원 계획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상급종합병원(이하 상종병원)에 우선 배치될 예정이어서 상종병원이 아닌 도내 수련병원은 자칫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수련병원으로 파견할 수 있는 공보의 규모를 파악하라고 요청했다. 공보의는 농·어촌 등 의료취약 지역에서 3년간 공중보건 업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는 의사를 말한다. 공보의는 대개 보건지소나 검역소 등 공공 의료기관에서 일하며, 이들의 근무지 배치 권한은 평소 지자체장이 갖고 있지만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지면서 그 권한이 중대본에 넘어갔다.

정부는 각 보건지소 등에서 일하는 공보의 일부를 수련병원으로 재배치 해 남은 의료진 업무 부담을 덜 계획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는 총 55명으로 이중 각 수련병원으로 파견할 수 있는 의사는 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 관계자는 "우도, 추자도 등 민간병원이 없는 도서 지역 공보의까지 수련병원에 파견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이런 상황을 고려해 수련병원에 재배치할 수 있는 공보의 수를 6명으로 추산했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차출되는 공보의가 도내 수련병원에 파견될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정부가 중증 환자가 몰리는 상종병원(3차 의료기관)에 공보의를 우선 배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도내 수련병원 6곳은 전부 2차 의료기관으로, 상종병원이 아니다. 현재 복지부는 전국 상종병원을 상대로 1~2차로 나눠 인력이 얼만큼 필요한지 수요를 파악하고 있으며, 최종 수요 조사 결과에 따라 도내 수련병원에 대한 공보의 지원 여부가 판가름난다.

또다른 도 관계자는 "제주대학교병원과 한라병원도 전공의 이탈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도내 근무 공보의는 도내 수련병원으로 재배치 해 달라고 건의한 상태"라며 "복지부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 의료진 인건비 지원 대책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비상진료대책를 시행하기 위한 예비비 1285억원 중 198억원을 이탈 전공의를 대체할 신규 의료진 채용 인건비로 책정했다. 단 구체적인 지원 기간과 1인당 지원 한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제는 전공의가 복귀했을 때다. 한시 지원이라는 한계가 명확할 뿐더러 사직서 수리가 금지된 상황에서 추후 전공의가 돌아오면, 이들을 포함해 의료 공백을 메우려 채용했던 신규 인력까지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내에서 전공의 이탈이 가장 심각한 제주대병원은 지난해 이미 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병원 측은 전공의 이탈 사태로 병상 가동률이 30%대로 추락하는 등 손실이 커지자 이르면 다음주부터 간호부 소속 800명 중 희망자에 한해 무급 휴가를 검토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재정 상황에선 신규 의료진 채용은 고려할 수 없다"며 "손실보상금 지원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전공의 150명 가운데 142명이 복귀하지 않았으며 이중 90%가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에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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