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사진 가운데)가 20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변호인들과 함께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강희만 기자
[한라일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의 항소심 재판이 속전속결로 마무리된다. 항소심 단계에서 추가적으로 제출된 증거가 없고, 검찰이 신청한 증인 신문마저 기각되면서 첫 재판에서부터 검찰 구형과 양측 최종 의견 진술이 이뤄졌다. 선고 공판은 내달 24일이다.
20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재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오 지사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1심 구형량과 같은 것으로 검찰은 이날 최종 의견 진술에서 "이 사건은 국고 지원을 받는 비영리법인을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이라며 "또 지지선언 관리팀을 운영하며 (선거캠프가 지지선언을 주도하는 등) 정당한 여론 형성을 왜곡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지사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1심 구형량과 같은 형량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오 지사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오 지사 측 변호인은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은 급조된 것으로 오 지사는 협약식 개최되는 과정에 관여하거나 보고 받은 적이 없다"며 "검찰은 실체적인 진실을 입증할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상상력을 동원해 공소사실을 꿰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경선 당시 오 지사의 지지율은 상대 후보보다 오차 범위 밖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어 지지선언을 모의하거나 실행할 필요가 없었다"며 "(설령 협약식 당일 사전선거운동을 인식해 일부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이 인정된다해도) 당시 협약식이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고, 현재 도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오 지사는 정모 제주도 중앙협력본부장과 김모 대외협력특보, 도내 비영리법인 대표 A씨,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와 공모해 지난 2022년 5월 16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공약 홍보를 위한 협약식을 개최하고 언론에 보도되게 하는 방법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상장기업 20개 만들기는 오 지사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또 오 지사는 당내 경선에 대비한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지난 2022년 4월 도내 단체들의 지지선언을 기획하는 등 불법 경선운동을 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상장기업 협약식과 지지선언을 '불법 선거운동'으로 인정하면서도 오 지사가 직접 개입한 증거가 없고, 위법성을 인식했더라도 그 정도가 미미했다며 공소사실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협약식에 대해 "오 지사는 (협약식 당일이 돼서야) 공약 홍보를 위한 행사가 준비됐다고 짐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로 판단하면서 "단 위법성 인식이 강했다고 보여지지 않고, 협약식이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도 미미했다"고 판단했다.
또 1심은 A씨가 당시 협약식 컨설팅 명목으로 B씨에게 지급한 법인 자금 548만여원이 선거운동 목적으로 쓰여 오 지사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오 지사가 개입한 증거는 없다"며 A씨만 유죄로 인정했다. 지지선언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려 정 본부장과 김 특보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날 검찰은 A씨와 B씨를 증인 자격으로 신문하기 위해 추가 공판기일을 잡으려 했지만 재판부는 이미 1심에서 주요 진술을 다 들었다며 검찰 측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또 양측 모두 항소심 단계에서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고, 검찰이 피고인 신문을 하지 않기로 해 이날 공판을 끝으로 모든 변론이 마무리됐다. 속전속결 재판으로 4월 24일 선고가 이뤄지면 양측의 대법원 상고 여부에 따라 올해 안에 오 지사의 최종 운명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선고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이후 2심과 3심 선고는 이전 판결의 선고 후 각각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한편 대법원 심리는 사실 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닌 원심 판단에 법률적 오인이 없는지만을 따지는 법률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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