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그 날처럼, 다시 선연한 빛깔로 세상과 마주하다

[휴플러스] 그 날처럼, 다시 선연한 빛깔로 세상과 마주하다
4·3 추념일 다가오면 동백배지로 그날 아픔 위무
곳곳에 동백꽃 명소 즐비… 봄 가족여행도 그만
  • 입력 : 2024. 03.29(금)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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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이도동 한 과수원 울타리에 활짝 핀 동백꽃에 동박새들이 찾아와 꿀을 따먹고 있다.

[한라일보] 다시 봄이다. 섬 곳곳에선 동백이 마지막 꽃망울을 틔워내고 있다. 아픈 기억만큼이나 붉은빛은 더욱 선연하다.

밑둥치엔 꽃송이들이 하늘을 보고 누워있다. 한 올 흐트러짐 없는 자태로 그날의 아픔을 증거한다. 그 날에도 동백은 온 섬 곳곳에서 그렇게 가신 이들을 위무했다.

동백꽃이 4·3의 상징으로 승화된 것은 제주 출신 강요배 화백의 그림 '동백꽃 지다'가 1992년 세상에 공개되면서부터다.

제주4·3평화공원 행불자묘역과 동백꽃의 모습.

4·3 사건 당시 제주 곳곳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모습이 송이채로 차가운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연상하게 해서다. 이제 사람들은 4·3 추념일이 다가오면 동배꽃 배지를 달아 그들을 추모한다.

동백(冬柏)은 제주도와 우리나라 남부, 일본·중국에 자생하는 상록 교목(常綠喬木)이다. 꽃은 춘백(春柏)이라고 한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꽃을 피워낸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무와 주변 경치와 어우러지며 고운 자태를 연출한다. 열매에는 세 쪽의 검은색 씨가 들어있다. 붉은색이나 흰색·분홍색 꽃이 피기도 한다.

제주에는 동백 명소가 도처에 숨어 있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동백나무 군락지 동백동산이 대표적이다. 1981년 8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넓은 면적에 수십년생 동백나무 10여만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비쭈기나무 등 난대성 수종(樹種)이 함께 자란다.

동백동산은 제주 생태관광의 또 다른 명소이다. 동백동산은 생태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1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2014년에는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동백나무 군락지도 제주를 대표하는 동백꽃 명소 중 하나이다. 지난 1982년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100여년 전 한 할머니가 어렵게 사들인 황무지에 동백 씨앗을 뿌리면서 만들어졌다.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해서였다. 황무지는 이제 울창한 동백나무가 들어선 명소가 됐다. 십수m로 자란 토종 동백은 이제 말 그대로 수림이 됐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카멜리아힐도 최근 입소문을 타며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19만8000여평의 부지에 동백꽃이 가득하다. 카멜리아(camellia)는 영어로 동백을 의미한다. 입구에는 우리나라 토종 동백나무 고목이 자리를 잡았고, 조금만 지나면 유럽동백숲 코스가 펼쳐진다. 전 세계 500여 종, 6000여 그루의 다양한 동백꽃을 볼 수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동백길은 숨은 명소다. 알음알음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뚝 선 동백나무 사이로 걷다 보면 붉은빛 가득한 동백꽃 터널을 만날 수 있다. 자녀 또는 연인과 함께 인생샷을 남기기에 그만이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동백마을은 볼거리 즐길거리로 가득하다. 마을의 자랑인 동백나무군락지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토종 동백나무와 수령이 300~400년 된 동백나무를 만날 수 있다. 동백 공예체험, 식용동백기름을 이용한 동백음식체험, 생동백기름을 이용한 천연비누체험도 가능하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위치한 제주동백수목원도 유명하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며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애기동백나무 숲을 볼 수 있다.

굳이 이름난 곳이 아니어도 좋다. 가까운 공원만 찾아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조금만 품을 팔면 숨겨진 명소도 찾을 수 있다. 봄기운 일렁이는 계절, 가족과 함께라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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