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대 사직 교수 없다지만… 의료 공백·경영난 악화일로

제주의대 사직 교수 없다지만… 의료 공백·경영난 악화일로
25일 제주대학교 의대 교수 19명 사직서 제출 한달
대학 인사과로 사직서 공식 접수 안돼 효력 없을 듯
적자 계속 쌓여 이르면 내주 비상경영체제 공식 선포
  • 입력 : 2024. 04.25(목) 16:45  수정 : 2024. 04. 29(월) 08:53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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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지난달 15일 의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정원 확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라일보DB

[한라일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째를 맞은 25일, 실제 의료 현장을 벗어난 교수는 없지만 제주대병원에선 필수 의료 분야 공백과 경영 악화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병원 측은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5월 초쯤 비상경영체제를 공식 선포할 계획이다.

25일 제주대학교와 제주대병원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지난달 25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제주대 의대 교수는 모두 19명이다.

민법상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한달이 되면 수리되지 않아도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제주대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는 현재로선 효력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교수들이 소속 의대에 제출한 사직서가 교원 인사과로 넘어오지 않아 공식 제출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대학교 관계자는 "전임 교원의 사직서는 각 단과대학에 제출하고, 또 해당 단과대는 공문으로 대학 본부에 사직서를 전달해야 공식 제출로 인정되는데 이날 현재까지 우리가 접수한 (의대 교수 사직) 공문은 없다"고 말했다.

또 효력 발생 여부와 상관 없이 사직서를 낸 교수들 중 병원을 이탈한 의료진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앞서 교수들이 밝힌대로 사직서 제출은 의대 증원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였지, 실제 의료현장을 벗어나려는 목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원 내 교수 의료진 중 실제 사직하거나 주 1회 휴진하겠다는 의사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병원으로선 한숨을 돌렸지만, 전공의 집단 이탈로 시작된 필수 의료 분야 공백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주로 혈액 투석 환자를 치료하는 신장내과 쪽 전문의는 3개월여 사이 5명에서 1명으로 쪼그라들 상황에 놓였다. 신장내과 전임의(펠로우) 2명이 전공의 사태로 인해 사직하고, 1명이 해외 연수를 떠난데 이어, 남은 전문의 2명 중 1명마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단 사직서를 낸 전문의는 지난해부터 병원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혀 이번 사태와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병원 측은 사직서를 낸 전문의에게 대체 의료진을 구할 때까지 병원을 지켜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제주대병원이 운영 중인 신생아 중환자실도 의료 공백 위기를 겪고 있다. 의료진 5명 중 1명이 전공의 사태로 빠져나간데 이어, 비슷한 시기 또다른 1명이 개인 사정으로 사직하면서 현재는 3명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남은 의료진 3명 중 1명이 다음달 출산을 앞두고 있고, 또 다른 1명은 오는 8월 장기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경영난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34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제주대병원에선 전공의 사태로 병상 가동률이 급감해 지난해 손실분 보다 매일 1억5000만원씩 추가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대병원은 비상경영체제 전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가동 중으로 병상 가동률이 낮은 과는 외래 진료를 확대하고, 전공의 이탈로 피로도가 누적된 과는 외래 진료 횟수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5월 초쯤 비상경영체제를 공식 선포해 세부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각 과별로 당직 근무 다음날 외래 진료 횟수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 제출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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