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자의 공유수면 점·사용허가가 15년 만에 취소됐다. 수년 째 미납한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끝내 내지 않았기 때문으로, 제주시가 받아야 할 돈이 20억원이 넘지만 세금이 아니다보니 강제 징수가 불가능하다.
27일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제주시는 지난 24일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시행자인 주식회사 제주분마이호랜드(이하 이호랜드)가 취득한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취소했다.
이 사업은 제주시 이호동 일원 27만6218㎡ 부지에 1조641억원을 들여 컨벤션센터, 마리나호텔, 콘도미니엄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2008년 7월 29일 개발사업 시행 승인을 얻었다.
전체 부지 중 2만700㎡는 바다, 즉 공유수면으로 사업자 측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평균 약 2억원의 사용료를 내는 조건으로 이 곳을 점유해 조랑말 모양의 등대 2개와 마리나 접안 시설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호랜드는 지난 2017년 12월 사업 부진으로 조세를 감면 받을 수 있는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되자 그 이후부턴 사용료를 단 한번도 내지 않았다.
그 사이 이호랜드는 공유수면매립 공사업체에 공사비를 주지 않아 강제 경매를 통해 일부 부지 소유권을 잃었고, 지난 2022년에는 개발사업 시행 승인까지 상실했다.
시는 이호랜드가 2018년부터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내지 않았지만 그동안 취소 처분을 미뤄오다 지난해 말 청문을 계기로 점사용 허가권을 15년 만에 박탈했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 측이 지난해 청문에서 그해 12월까지 미납한 사용료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이행하지 않아 사용허가권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호랜드가 지금까지 미납한 점사용료는 가산금을 포함해 21억원에 이른다.
이호랜드는 점사용료 뿐만 아니라 지방세인 재산세 12억원도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체납한 재산세에 대해선 사업 부지를 공매에 부쳐 매각하는 방식으로 강제 징수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점사용료는 세금이 아니다보니 강제 징수를 할 수 없다. 더욱이 토지 신탁으로 이호유원지 부지 소유권은 대한토지신탁주식회사에 있는 상태다.
난관에 빠진 시는 점사용료를 받기 위해 신탁사에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와 신탁 수익권 압류 신청 방안을 택했다. 나중에 신탁 계약이 해지돼 자산을 처분·정리할 때 이호랜드가 시에 지고 있는 빚이 있으니 이 빚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시 관계자는 "공유수면 점·사용료는 엄밀히 따지면 세금은 아니지만 지방행정제재금(세외 수입)이기 때문에 세금에 준해 처리하도록 돼 있다"며 "채권 변제 우선 순위(채무를 갚을 때 먼저 갚아할 순위)에서 선 순위에 배정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징수 방안은 이호랜드가 사업을 최종 포기해 자산 정리할 때나 실현될 수 있다"며 "사업자가 개발사업 의지를 포기하지 않아 언제쯤 점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호랜드는 제주도의 개발사업 시행승인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1심에 이어 최근 2심까지 패소했다. 대법원 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호랜드가 최종 패소하면 기존 계획대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고,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선 이전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인허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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