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철거하면 또 설치하고, 다시 치우면 또 설치하고…"
헌옷 수거 민간대행사업에서 탈락한 업체와 제주시가 벌이는 다툼이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28일 제주시 등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는 폐기물 수집·운반 업체인 A업체와 B업체에 대한 공무집행방해혐의 사건을 최근 무혐의 처리했다.
경찰 수사는 올해 초 제주시가 "A·B업체가 헌옷 수거함 철거 과정에서 정당한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고발하며 시작됐다.
최근 2년간 연동과 외도동·한림읍 클린하우스 일대에서 헌옷을 수거했던 두 업체는 지난해 말 신규 대행업체 선정 공모에서 탈락하자 "부당하다"며 자신들 소유 수거함 수백 개를 그대로 남겨두고 5개월째 헌옷을 수집하고 있다.
시는 두 업체의 헌옷 수거함을 강제 철거해도 업체 측이 재설치하는 일이 반복되자 고발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공무 수행 중인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등 물리력 행사가 뒤따라야 한다"며 "그러나 두 업체는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어 무혐의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당혹해했다. A·B업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헌옷 수거함 강제 철거와 재설치가 반복되는 '쫓고 쫓기는' 싸움이 한동안 계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정력 낭비도 심각하지만 애꿎은 업체가 피해를 보는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공모에서 새 민간 대행사업자로 선정된 C업체는 A·B업체가 버티고 있는 클린하우스 자리에 자신들 소유 수거함을 설치해 헌 옷을 수거하는 등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누가 설치했건 상관없이 아무 수거함이나 골라 헌옷을 집어넣기 때문에 신규 업체 수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헌옷 1㎏를 팔 때마다 통상 300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최근 A·B업체가 지난해 공모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다툼은 법정에서 판가름 나겠지만, 법원 판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시는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행정대집행을 고려하고 있다. 행정대집행에 나서면 강제 철거에 소요된 비용을 업체 측에 청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A·B업체 의류수거함을 강제 철거하는 것에서 그쳤다.
시 관계자는 "제주도감사위원회 조사에서도 지난해 헌옷 수거 민간대행사업 공모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났는데, 기존 업체 측이 소송까지 제기해 난감하다"며 "판결이 나올 때까지 마냥 손놓고 기다릴 순 없기 때문에 신규 대행업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행정대집행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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