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 축산당국이 도내 양돈농가에 보급한 일본 뇌염 예방백신에서 돼지열병 항원이 검출됐다. 백신이 돼지열병 항원에 오염됐다는 뜻으로, 이 백신은 도내 162개 양돈농가에 이미 보급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 검사 결과 제주시 구좌읍 A종돈장이 돼지에게 접종한 일본뇌염 백신에서 돼지열병 항원이 검출됐다고 4일 밝혔다. 돼지열병은 돼지가 감염하면 치사율이 100%에 이르고 전파력도 강한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달 27일 A종돈장이 기르는 돼지 1만5000여마리 중 70마리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7마리에서 돼지열병 항원이 몸 속에 침입했을 때 나타나는 항체 양성 반응이 나오자 A종돈장이 보유한 모든 종류의 백신을 수거해 검사했다.
돼지열병 항원이 검출된 일본뇌염 백신은 녹십자수의약품이 제조한 것으로, 유효기간은 오는 8월28일까지이다.
이 백신은 제주시가 지난해 일괄 구입해 162개 양돈농가에 보급했다. 농가에 보급된 백신 물량은 총 9055병으로, A종돈장에선 올해 4월쯤 접종이 이뤄졌다.
방역당국은 돼지열병 항체 양성 반응을 보인 돼지에게서 아직까지 고열이나 구토, 출혈 등 전형적인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병원성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돼지열병 항체는 이른바 '야외주'로 불리는 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했거나 혹은 '롬주'(LOM)로 불리는 돼지열병 예방 백신을 접종했을 때 등 두 가지 경로로 형성된다.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 양돈농가는 돼지열병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아야 하지만, 제주는 돼지열병과 돼지 오제스키병, 소 브루셀라 병 등 3가지 예방 백신에 대해선 접종을 금지하는 '비백신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가 인증하는 '돼지열병 청정지역'에 지정되기 위한 준비 단계로 인증 조건 중 하나가 돼지열병 항체 불검출이다.
방역당국은 병원성 가능성에 대해선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혹시나 모를 만일의 사태를 고려해 A종돈장에 이동 중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추가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돼지열병 항원에 오염된 일본뇌염 백신을 검역본부로 보내 이 항원이 병원성인지, 비병원성인지 판별해달라고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3주가 소요된다.
오염된 일본뇌염 백신에 대해선 5일 0시를 기해 사용 금지와 도내 반입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또 농가에 이미 공급된 백신을 긴급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회수된 물량은 245병에 불과하다. 도 방역당국은 보급 시점을 감안할 때 상당수 농가가 이미 접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도내에 유통 중인 돼지 전염병 예방 백신 12종도 긴급 수거해 오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김은주 도 동물방역과장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백신 오염 사실을 통보해, 제조사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 처분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해당 백신을 보유한 농가는 즉각 백신을 회수하고, 역학조사 등 방역조치에 적극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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