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항해 중인 것으로 확인된 진도 선적 통발어선 46t급 A호.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한라일보]제주 먼바다에서 이른바 '원거리 조업' 중이던 어선의 연락이 10시간 가량 두절돼 해경이 수색에 나서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내륙과 100㎞ 이상 떨어진 먼바다에선 기술상 한계로 선박 위치를 즉각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어선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원거리 송수신이 가능한 무선 교신이지만 하필 이번 소동에선 해당 어선이 무전기 소리까지 줄여 수색 당국의 호출 신호 자체를 듣지 못하면서 멀쩡한 선박을 찾는데 수많은 경력과 함정이 투입돼야 했다.
25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밤 자동선박식별장치(AIS) 신호가 끊겨 침몰한 것으로 추정됐던 진도 선적 통발어선 A(46t)호가 이날 오전 제주 먼바다에서 정상 항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색 소동은 지난 24일 오후 11시 15분쯤 제주시 차귀도 서쪽 약 110㎞ 해상에서 A호의 AIS 신호가 끊기면서 시작됐다.
AIS는 선박 위치를 자동 발신하는 장비로, 어선법에 따라 10t 이상 선박은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며 AIS 신호를 고의로 끌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AIS 신호가 송출되면 해경 상황실에 설치된 전자해도에는 해당 선박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작은 점으로 표시된다. 이 작은 점을 확대해 클릭하면 선박 위치 뿐만 아니라 선박 명과 선박 속도, 선장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다. AIS 신호가 끊기면 전자 해도에 나타나던 작은 점도 사라지고, 이는 통상 선박 사고를 의미한다.
AIS는 어선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데 유용한 장비지만, 먼바다에선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일부를 제외하면 AIS의 최대 송수신거리는 통상 80~90㎞로, 내륙으로부터 이 이상 멀어지면 신호를 표출하지 않아 끊기게 된다.
해경 등은 AIS 신호가 끊긴 후 무선 통신 장비인 SSB 등으로 수차례 교신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번번이 응답이 없자 침몰한 것으로 추정했다. SSB의 최대 송수신거리는 비상 주파수 사용시 1500㎞로 먼바다에서도 어선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장비로 여겨지고 있다.
A호의 실종 소동은 10시 간만에 종료됐다.
이날 오전 9시8분쯤 목포어선안전조업국은 A호와 교신에 성공해 차귀도 남서쪽 244㎞ 해상에서 정상 항해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미 사고 추정 해역에서는 함정 8척과 헬기 4대가 급파돼 수색을 벌이던 중이었다.
해경은 A호가 먼 바다를 항해하다보니 AIS 신호가 끊긴 것으로 보고 있다. A호는 무선 교신에 응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무전기 소리를 줄인 상태에서 조업을 하다보니 호출 신호자체를 듣지 못했다"고 해경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관계자는 "어선들은 SSB로 교신할 때 통상 공용 주파수(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주파수)를 쓰는데, 이럴 경우 다른 선박과의 교신 내용까지 다 들리다보니 시끄럽다는 이유로 무전기 소리를 줄여 안전 확인을 위한 교신에 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어선은 하루에 한번씩 항해 위치를 보고해야 하고, 교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로 추정돼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수색에 동원돼 경비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어선들은 교신에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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