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풍력발전 수사 의뢰 이틀 뒤 무단 시설 허용 '논란'

제주 풍력발전 수사 의뢰 이틀 뒤 무단 시설 허용 '논란'
시, 철거 명령 없이 절대보전지역 무단 설치 시설 허가
자치경찰 수사 의뢰 이틀 만에 승인… 전례 찾기 힘들어
원형 사라졌는데 어떻게 원형 훼손 범위 판단했나 의문
환경단체 "명백한 특혜…제주도감사위원회 조사 필요"
  • 입력 : 2024. 07.02(화) 17:11  수정 : 2024. 07. 05(금) 16:15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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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한림해상풍력발전 사업자가 절대보전지역을 무단 훼손하며 설치한 불법 시설에 대해 제주시가 철거 명령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유지할 수 있게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허가 시점은 시가 자치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이틀 뒤다. 행정당국 스스로 '불법'이라고 규정한 시설을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돌연 합법 시설로 탈바꿈 해준 격인데, 전례를 찾기 힘들 뿐더러 허가를 내준 판단 근거도 명확하지 않아 환경단체 사이에선 "명백한 특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왜 이제서야 수사 의뢰=한림해상 풍력발전사업은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일대 547만㎡ 부지에 6303억원을 들여 5.56㎽(메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기 18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 부지는 한림 해상을 포함해 앞바다와 맞닿은 해안가로, 절대보전지역도 일부 포함돼 있다. 절대보전지역은 제주에만 있는 제도로, 제주특별법에 따라 자연 경관이 뛰어나거나,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지정된다.

이처럼 '절대 보전'해야하는 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건축, 토지 형질 변경 등 개발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지만, 예외적으로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나, 하수도, 무선설비 등은 제주도지사 허가를 받아 설치할 수 있다.

사업자 측는 이 규정에 따라 한림읍 내 절대보전지역 1.3㎢ 중 사업 부지에 속한 1331㎡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 사업자 측은 절대보전지역 내 해안가 암반을 파내 해상 풍력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을 육상으로 보내는 용도의 케이블을 매립했다.

절대보전지역 훼손 의혹은 사업자 측이 지난해 11월29일 시에 변경 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사업자 측은 당초 허가 받은 면적보다 250여㎡가 넓은 1580㎡에서 케이블을 매립해야 한다며 절대보전지역 개발 구역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이 때는 당초 허가 구역을 벗어난 절대보전지역에서 터파기와 매립 공사가 끝난 상태였다. 시는 불법 공사 정황을 포착하고 올해 1월 초 현장 조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로 사업자 측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은 지난달 26일이다. 적어도 올해 1월 불법 공사 정황을 확인했지만 6개월 간 고발 또는 수사 의뢰 조치가 없었다. 수사 의뢰도 제주도의회가 지난달 23일 후속 조치에 대한 주문을 쏟아내고 나서야 이뤄졌다.

시 관계자는 '왜 이제서야 수사를 의뢰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법률 검토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사업자 편의를 봐주려고 하거나 의회에서 지적이 나오자 마지 못해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절대보전지역을 무단 훼손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 수사 의뢰 이틀 뒤 변경 허가=석연치 않은 구석은 또 있다. 시는 수사를 의뢰한 지 이틀만인 지난달 28일 사업자 쪽이 신청한 절대보전지역 개발 변경 허가 신청을 승인했다. 관할관청이 불법 건축·시설물을 발견하면 철거 명령을 내리는게 일반적이지만 절대보전지역을 훼손한 불법 시설은 오히려 유지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과거에도 허가 없이 절대보전지역을 미리 개발해놓고 뒤늦게 허가를 신청하면 승인해준 사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림해상풍력사업 공사 진행률은 93%로 오는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불법 시설된 케이블을 철거하면 계획한 송전이 불가능해 준공에 차질을 빚는다.

'사후 허가'에 대한 판단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제주특별법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에 대해선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절대보전지역에 시설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선 이미 개발 행위가 끝나 원래 모습이 사라지는 등 원형이 어떤 형태였는지 알 수조차 없는데도 허가가 이뤄졌다.

또다른 시 관계자는 '어떤 기준으로 원형 훼손 범위를 판단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고문변호사 자문과 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쳐 판단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보존 가치가 가장 높은 절대보전지역을 무단 훼손한 시설물마저 허용하면서 어떻게 제주도가 자연 보전을 말할 수 있느냐"며 "명백한 특혜로 감사위원회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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