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2년 만에 제주에서 열리는 퀴어(성소수자)축제를 앞두고 이를 반대하는 민원이 속출하고 대규모 맞불 집회까지 예고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4 제주퀴어프라이드 집행위원회는 오는 13일 서귀포시 자구리문화예술공원에서 제5회 '제주퀴어프라이드'를 개최한다. 그동안 제주퀴어문화축제로 불리던 이 행사는 올해부터 퀴어프라이드로 이름을 바꿔 열린다.
축제를 주최하는 집행위에는 강정평화네트워크, 민주노총 제주본부, 진보당 제주도당 등 11개 단체·정당이 참여하고 있다.
집행위는 "올해 행사는 인권과 평화, 차별 반대에 마음을 모아 연대해 준 시민사회단체, 정당과 함께 집행위를 구성해 치르는 첫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에는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연대 발언과 함깨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엘라인 종교인들과 참여자를 축복하는 '무지개 축복식', 장기자랑, 거리행진 등이 진행된다.
그러나 퀴어 축제가 자구리문화예술공원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귀포시에는 축제 개최를 반대하며 공원 사용 허가를 취소하라는 민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집행위는 공원에 19개 부스를 설치하고 축제를 열기 위해 시로부터 공원 사용 허가를 받은 상태다.
시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사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한 퀴어축제 반대 민원은 100여건으로, 시청과 도청 온라인 게시판에도 반대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처럼 단기간에 100건이 넘는 동일 민원이 들어온 적은 처음"이라며 "민원은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원에서 퀴어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축제가 동성애를 조장해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 민원인에게는 일일이 소수 단체의 행사라고해서 공원 사용을 불허할 수 없고, 도시공원법에 이용자들의 성적 취향을 이유로 공원 사용 자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최도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장은 축제 개최를 앞두고 반대 민원이 집중 제기되는 것에 대해 "동성애를 조장한 적이 없다, 단지 성소수자들이 권리를 외칠수 있는 단 하루를 갖기 위해서 축제를 여는 것"이라며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럼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그들의 존재를 부정 당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이냐"고 하소연했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도 예고됐다.
경찰에 따르면 제주도기독교교단협의회를 주축으로 한 종교·학부모·시민단체는 축제 당일인 13일 행사장 근처에서 퀴어 축제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경찰에 신고한 집회 참석 인원은 500명이다. 경찰은 맞불 집회가 예고됨에 따라 축제장에 경찰관을 배치해 양측 간 충돌을 예방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방침이다.
본보는 퀴어축제 반대 집회 측의 입장을 들으려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제5회 제주퀴어프라이드는 지난 2022년 4회 축제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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