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버스준공영제 개선을 위해 버스 감차 및 노선 통·폐합 등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각종 잡음이 빚어지고 있다. 수요를 이유로 출퇴근 시간대의 버스를 감차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현장 검증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행이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홍보도 안돼 이용객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가운데, 당초 감차에 협조하지 않았던 업체 1곳마저 최근 동참 의사를 밝히며 도민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자치도는 149개 노선 680대 중 오는 8월1일부터 85개 노선 75대를 감차한다. 이는 지난 22일 도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72개 노선 64대보다 늘어난 숫자이다.
도는 감차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했던 1개 버스운수업체가 지난 24일 오후 동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해당 업체의 버스 11개를 추가 감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갑작스럽게 이뤄진 상황이라 아직 도민들에게 공지는 안 된 상태이며, 이날 오후 중으로 변경 노선과 함께 시간표 등을 버스정보시스템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버스 노선 개편과 관련해 도내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각종 불만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버스가 사라지며 출퇴근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물론이고 가뜩이나 없는 버스가 더 줄어들게 생겼다는 것이다. 또 급행버스도 아닌 200번대 일반 간선버스 전 노선을 대상으로 무정차 정류소까지 생기며 민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평소 222번 버스를 타고 제주시 직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김모씨는 "하루아침에 출근을 못하게 생겼다. 어떻게 출퇴근 버스를 없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도청에 문의 전화를 하니 교래사거리에서 오전 7시 2분 버스를 이용하라고 하더라. 그러나 집에서 교래사거리 정류장까지는 도보로 20여분이 소요된다. 1주일에 5일을 출근하는데 날씨가 안 좋을 때는 어떻게 거기까지 걸어가라는 말이냐"면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문제는 그 버스를 이용하면 출근시간도 못 맞춘다. 도청에서는 환승을 이용하라는데 환승도 버스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장려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역설적이다. 당장 다음주 시행인데 정류소에 관련 공지가 하나도 없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나 역시 지인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몰랐을 뻔했다"고 했다.
또 다른 도민 유모씨는 "읍면지역이면 시내에 비해 당연히 수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도 엄연히 도민들이 사는 곳이고 버스를 이용객들이 있는데 수요를 이유로 버스노선을 변경하고 줄이는 건 말이 안되는 처사"라면서 "도대체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는 한 건지, 제대로 된 현장의 목소리는 들어본 건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집을 거치는 버스노선이 2개밖에 없어 하나를 놓치면 최소 40분씩 기다리는 상황인데 여기서 1개 노선을 아예 추가로 없애버리면 어떡하냐. 차를 사지 않고서는 당장 어딜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도청 인터넷 신문고에는 "한두 달 전부터 공지를 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갑작스럽게 통보하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당장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 "급행버스가 있는데 200번대 간선버스 무정차 정류장은 무슨 말이냐, 삼무공원 근처나 신광사거리에 거주하는 사람은 한라병원까지 15~20분 걸어가라는 말이냐"는 등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이번 버스개편은 버스중공영제 성과평가 및 개선방안 용역을 거친 결과이며, 주민설명회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용역은 2021년 11월~2023년 4월까지 이뤄졌으며, 설명회는 2022년 말~2023년 초까지 이뤄지는 등 현재 시점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는 진행했지만 아무래도 바빠서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던 것 같다"며 "감차로 인해 출퇴근시간대 배차간격이 벌어지는 피해에 대해서는 맞춤형 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감차와 관련해서는 이날 안으로 공지가 이뤄질 것이고, 맞춤형 버스 노선 및 시간과 관련해서는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는 공지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이번 주 안으로 도내 모든 버스정류장을 대상으로 변경된 시간표 등을 부착하는 등 홍보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출퇴근 및 등하교 시간 10개 노선에 맞춤형버스 14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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