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활동.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재단법인 설립 100주년을 맞은 구세군이 제주지역 사회공헌·복지 사업을 모두 접는다.
30년 간 매해 연말 도내 거리에서 이웃 사랑의 온기를 전하던 빨간색 자선냄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구세군이 운영하던 도내 지역아동센터도 앞으로 3개월 내에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문을 닫는다.
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시 도남동에 있는 구세군제주영문교회가 지난달 31일 문을 닫았다.
구세군은 1865년 영국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가 창립한 개신교 교단으로, 사람들에겐 빨간색 자선 냄비를 이용해 불우 이웃 돕기 모금 활동을 하는 종교단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세군은 지난 1993년 구세군제주영문교회(이하 영문교회)를 설립하며 제주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했다. 구세군은 1997년 외환위기로 거리에 노숙자가 넘쳐나자 이듬해 이들을 돕기 위한 '다일사 나눔의집'을 개관해 무료 급식 봉사를 했다.
또 지난 2007년 제주시 이도1동에 아동 교육복지시설인 '찬란한미래지역아동센터'(이하 찬란한아동센터)를 개소해 지금까지 방과 후 갈 곳 없는 아동을 돌보고 있다. 현재 이 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은 19명이다.
구세군은 제주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을 자처하며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했지만 정작 교회 재정과 운영에 중요한 교인 수를 늘리진 못했다. 영문교회가 문을 닫기 직전 교인 수는 20명 수준이었다.
지난 2022년 소천한 구세군제주영문교회 담임목사 제현우 사관. 평생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살아온 제 사관은 수년을 병마와 싸우다 지난 2022년 소천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2년 전에는 큰 아픔이 찾아왔다. 십수년 간 영문교회 담임목사를 맡으며 사회공헌 사업을 이끌어 온 제현우 사관이 지난 2022년 소천했다.
제 사관이 별세하며 무료 급식도 이무렵 중단됐다고 한다. 무료 급식 중단에도 30년 간 이어진 자선냄비 모금 활동은 남은 교인들 덕분에 지속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교회마저 문을 닫으며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됐다.
찬란한아동센터도 문을 닫을 처지다. 구세군은 센터를 더이상 운영할 수 없다며 지난달 말 제주시에 폐업하겠다고 신고했다. 센터 임대료를 낼 돈이 없기 때문이다.
센터는 그동안 인건비와 프로그램 운영비 등을 정부 보조금으로, 센터 임대료를 교회 헌금 등으로 각각 충당해왔다. 법상 보조금은 아동센터 임대료 명목으론 쓸 수 없다.
찬란한아동센터장을 맡고 있는 배현숙 사관은 "센터 임대료를 교회 헌금으로 충당해 왔는데 교회가 문을 닫으면서 센터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돼 폐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폐업 신고는 수리됐지만 찬란한아동센터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법상 아동복지시설 폐업 신고는 시설 이용자의 권익을 고려해 실제 폐업 일로부터 3개월 전에 하도록 규정돼 있다. 신고·수리 절차가 끝났다고해서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3개월 내에 찬란한아동센터 운영을 맡을 새로운 법인이나 개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때는 정말 문을 닫아야 한다.
시 관계자는 "3개월 내 새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센터 이용 아동들을 다른 시설로 옮기거나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배현숙 사관은 "더 이상 센터를 운영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센터 직원 고용을 승계하고, 아이들을 돌볼 새 운영자가 제발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국내에서는 190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구세군은 1924년 국내 최초로 공익재단 법인 허가를 받아 올해로 법인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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