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준공영제 버스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벌어졌다.
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도는 준공영제에 참여하는 도내 모든 버스 운수회사에 노선 개편 이후 신규 채용하는 직원에 대한 인건비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16일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준공영제에 참여한 A운수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7월 기존 근로 계약을 갱신하거나 새로운 근무 계약을 맺었지만 효력이 8월부터 발생하면서 노선 개편 이후 이뤄진 신규 채용에 해당해 인건비 지원을 못받는 것이 발단이었다.
A업체는 인건비 지원 불가 방침을 전달받자 8월부터 촉탁계약직으로 일하기로 한 직원 2명에 대해선 해고를, 기간제 계약직원 6명에 대해선 근로 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피해를 본 노동자들 중에는 출근 예정일 하루 전날에 해고를 통보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근로자는 A운수업체에서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 뒤 8월1일부터 촉탁 계약직으로 일하기로 돼 있었다.
정규직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 된 경우도 있었다. 기간제 계약직 6명 중 일부는 기존 근로 계약 갱신과 함께 8월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촉탁계약직 B씨는 "그동안 근무했던 회사가 어려운 사정을 토로하며 계약을 취소해야겠다고 하니 어쩔수 없었다"면서 "자녀가 아직 어려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하루 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현재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고 있지만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제주도는 지난 2017년 8월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버스 운행 시 소요되는 유류비와 인건비 등을 보조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가령 버스 회사가 요금 수입으로 1억원을 벌고 운영비로 10억원을 지출했다면 9억원을 보조금으로 보전해주는 식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며 버스준공영제는 '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도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감차 및 노선 통·폐합 등을 추진했다.
A업체 측은 "준공영제로 개선이 되면서 버스기사들의 월급은 대부분 도의 보조금으로 해결을 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면서 "도에게 감차 시행 전 이뤄진 계약이라 양해해 달라 말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직 등의 문제가 있어 애초 감차에 동의도 하지 않고 버텼지만, 도는 '감차 동의를 안해도 감차 대수대로만 재정지원을 할 것이고 그 밖에 추가 발생 비용은 회사가 자부담 처리하라는 식'이었어서 결국 감차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를 입은 계약직 직원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감차 논의는 지난 4월부터 이뤄졌다. 감차에 따른 인원 축소, 보조금 축소가 충분히 예상됐을 텐데도 회사가 무슨 생각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했는지 모르겠다"며 "도가 보장하는 근로자는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계약만료 또는 정년까지 보장할 방침이지만, 7월 중에 계약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1일부터 근무가 시작되면 엄연한 신규 채용 사항으로 보조금 지급은 안 된다. 그것은 각 회사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수회사에게 무조건 감차를 시행해야한다고 강요하지는 않았다"며 "대신 동의를 안하게 될 경우 보조금 없이 민영형태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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