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계속된 무더위로 당근 발아율이 떨어지자 농가들이 서둘러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지만 약한 수압 탓에 물줄기가 주변으로 뻗질 못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제주시 구좌읍 등 동부지역이 주산지인 당근 생육 지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는 정작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제주시에 따르면 시가 지난 6~7월 도내 농가를 대상으로 당근 재배 의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재배면적은 117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재배면적인 1122㏊보다 4.2% 증가한 수치이다.
올해 당근은 7월 중순쯤부터 파종이 시작됐으며, 현재 60% 정도 파종을 마쳤다. 고온건조한 날씨 속 어렵게 파종을 마쳤지만, 그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일부 농경지에서는 발아가 안 된 상태다. 보통 파종 후 7~10일 정도면 발아하지만, 낮 최고기온이 연일 35℃까지 치솟는 등 밤낮 없는 더위와 함께 원활하지 않은 급수로 땅속 발아하는 과정에서 말라죽고 있는 것이다.
농가 피해가 확산되자 행정당국은 양수장비와 공용 이동식 물탱크 등 가뭄 관련 장비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급증한 수요로 이날(9일) 월정리의 한 급수탑은 하루동안 사용이 정지됐다.
이와 같은 피해가 매년 반복됨에 따라 도는 대체수자원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 구좌읍 송당리 저수지 공사에 착공, 2022년 10월 본격적인 농업용수 공급을 시작했다. 그러나 급수대가 도로로부터 700여m나 떨어지는 등 불편해 농민들의 이용률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월정리에서 당근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해당 저수지 급수대가 안쪽에 있어 찾는 것도 어렵고 높이도 높아 물통에 물을 받기가 힘들었다"며 "물이 부족하면 다른 급수탑을 이용하지 저수지는 잘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급수대가 도로와 멀리 떨어진 점이 농민들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한국농어촌공사에 개선을 요구하니 관계부서와 상의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아직 바뀐 것은 없다"고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해당 저수지는 비교적 최근에 공사가 완료돼 물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에 아직 모르는 농민들도 계신 것 같다"며 "급수대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입구에 위치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지난 6일 구좌읍에 공용 이동식 물탱크(물백) 6개소(120t)를 설치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급수차량을 이용한 농업용수 800t을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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