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마비시킨 비행물체… 경찰·공사 대응 '구멍'

제주공항 마비시킨 비행물체… 경찰·공사 대응 '구멍'
공항 상공 최소 두 곳에서 잇따라 출현… 하나는 풍등 추정
풍등 날린 용의자 도주했지만 경찰 현장 출동하고도 종결
항공기 운항 방해시 드론 뿐만 아니라 풍등도 형사처벌 대상
공항공사 용의자 도주 사실 안 알려…국토부 내일 긴급 회의
  • 입력 : 2024. 09.24(화) 18:00  수정 : 2024. 09. 25(수) 20:47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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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추석 연휴 직전 국가중요시설 최고 등급인 제주국제공항 인근 상공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출현해 항공기 이·착륙이 한시간 가까이 마비될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조사를 종결한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당시 출현한 미확인 비행물체가 드론이 아니라 '풍등'으로 추정된다는 공항 직원의 진술에 따라 사건을 종결했다는 입장이지만, 풍등이라도 공항 운영에 지장을 주면 형사 처벌되기 때문에 용의자를 쫓기 위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동시다발적 출현=2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제주공항을 마비시킨 미확인 비행물체는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최소한 공항 인근 상공 두 군데에서 출현했다. 이날 오후 9시5분쯤 제주공항 외곽을 순찰하던 공항 경비요원이 화물청사 쪽 인근 상공에서 불빛을 반짝이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발견해 공항공사와 112에 신고했다.

이어 수분 뒤 남북활주로 북쪽 부근 상공에서도 불빛을 반짝이는 미확인 비행물체가 출현했다. 이 미확인 비행물체들은 제주공항 인근 상공에 여러차례 출현한 뒤 종적을 감췄다.

미확인 비행물체의 잇단 출현으로 이날 오후 9시 17분부터 오후 10시 5분까지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이 48분간 전면 중단됐다.

공항 상공에 출현한 미확인 비행물체 중 한 개는 바람에 날려 띄우는 '풍등'으로 추정됐다. 사건 직후 경비요원이 공항 내부를 순찰하던 중 남북활주로 북쪽 해안가에서 풍등을 날리는 사람을 공항 담벼락 사이로 목격해 고함을 치자 해당 용의자는 그대로 달아났다.

화물청사 쪽 상공에 출현한 비행물체는 드론인지, 또다른 풍등인지 추정조차 불가능하다.

공항공사는 제주공항 경계로부터 2.5㎞ 떨어진 드론까지 탐지할 수 있는 '불법 드론 탐지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탐지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불법 드론 탐지기는 레이더 화면 상으로 비행물체가 나타나고, 드론 비행 주파수까지 동시에 탐지돼야 울린다"며 "당시 레이더상 비행물체는 포착됐지만 주파수는 탐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정식 출시 드론이 아닌 사제 드론 주파수는 탐지기가 포착할 수 없기 때문에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해서 당시 출현한 비행물체가 드론이 아니었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허술한 대응=경찰과 공항공사 대응은 논란이다. 공항공사 신고를 받고 연동지구대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미확인 비행물체를 발견할 수 없자 수사 부서에 통보 없이 그대로 사건을 종결했다.

지구대 관계자는 "연등(풍등)으로 추정된다는 공항 측 진술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인 미승인) 드론이 아닌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항공안전법에 따라 공항 중심 반경 9.3㎞ 이내는 드론 비행금지구역으로, 이 구역에서 허가 없이 드론을 날려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주면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경찰 해명과 달리 풍등 추정 물체는 남북활주로 북쪽에서 발견된 또다른 미확인 비행물체 중 하나이고, 경찰이 접수한 신고는 남북활주로로부터 남동쪽에 있는 화물청사 인근에서 비행물체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또 화물청사 쪽 공항 내부에는 군부대가 상주하고 있어 만약 해당 물체가 사제 드론일 경우 군부대를 촬영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풍등을 날린 행위도 수사 대상이다. 공항시설법은 항행에 위험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경우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항공사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사 측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풍등을 날린 사람이 도주했다는 사실, 화물청사 쪽 미확인 물체는 정체를 추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워낙 여러군데에서 비행물체가 출현하다보니 경찰에 각각의 정확한 발견 위치를 상세히 알리지 못했다"며 "또 당시 대응의 초점이 드론에 맞춰져 있다보니 풍등을 날린 사람의 도주 사실은 미처 말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사건 발생 11일이 지난 오늘(24일) 오후 풍등 추정 물체 등을 날린 용의자를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5일 긴급 회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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