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의 문화광장] 우리는 원서를 읽는다

[장수명의 문화광장] 우리는 원서를 읽는다
  • 입력 : 2024. 10.22(화) 04: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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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나는 책과 함께 성장했다. 번역서만이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고,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이를 이끌어나가는 내 친구 작가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길 바란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인터뷰 내용의 일부다.

이쯤이면 의례적인 책을 읽어야 한다는 공익 캠페인 광고부터 리서치된 우리나라 독서통계자료를 보도하기 일쑤인 매스컴에서 올해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앞다퉈 다루며, 술렁이는 서점가의 모습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강작가의 작품이 모두 품절되고 예약판매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고 보니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강 작가와 코멘트된 출판사들의 잔치라는 볼멘소리들이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고 보면 우리나라 출판시장과 독서인구와 독서문화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침체된 출판시장의 돌파구 역할을 할 기회가 될 수도 있는 큰바람이라 생각하고 제2. 제3의 한강 작가가 배출되는 그때를 대비해서 발 빠른 대응도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2024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우리나라 안팎에서 적잖게 논란이 되고 심지어 자칭 보수단체라 하는 단체는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취소 시위까지 했다고 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 개인의 커다란 성과이고 영광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에 못지않은 우리나라의 경사이고 아시아의 경사다! 21세기 지금, 일론 머스크 한 개인이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리고,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영생을 꿈꾸는 최첨단 문명시대다. 부디 이분법적인 사고와 이념적 갈등으로 축하할 일에 찬물을 끼얹으며 폄하하고 분열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곳곳이 전쟁 중이어서 수상소감마저도 고사한 한강 작가다. 큰 박수로 축하하며 구입하지 않았던 그녀의 유일한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설렘 가득한 마음을 담아 예약구매 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흰' 등 그녀의 도서를 구입해 읽었으면서 제주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구입하지 않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제주4·3사건은 단순한 이념적 사상으로 빚어진 학살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4·3사건만큼은 제주도 출신 작가가 한 자 한 자 새기듯 작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출판사들의 청탁도 고사했었다.

설레고 설렌다!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을 원서로 한 자 한 자 새기며 읽을 수 있다는 찬란한 기쁨에 들떠서, 열여섯 살 문학소녀 그때로 돌아간 나를 만난다. 지금. <장수명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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