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전성태 행정자치부 기획조정실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전성태 행정자치부 기획조정실장
  • 입력 : 2015. 02.25(수) 00:00
  • 서울=부미현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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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태 행정자치부 기획조정실장은 "공직자로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고향 발전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헌신하고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행자부서 기획·조직개편 업무 능력 인정… 1월 1급 승진
도 행정부지사 내정됐다가 행자부 인사서 기조실장 발령
"고향 제주를 위해 미력하나마 공무원으로서 최선 다할 것"

얼마 전 중앙 언론이 주목한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 인사가 있었다. 행자부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기획조정실장에 행정고시 31회 출신이 임명된 것이다. 중앙 언론은 전임 실장이 27회인 점을 간안할 때 행자부의 세대교체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행자부에서 기획·조직업무로 능력을 인정받은 이번 파격인사의 주인공은 제주출신 전성태(54)씨다. 전 실장은 제주 북초등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주했다. 제주를 떠난 지 40여년이 흘렀지만 제주 출신임을 잊어본 적이 없는 제주 사람이다. 그는 올해 1월 1급 관리관으로의 승진과 함께 기조실장으로 영전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국정의 핵심에서 능력을 펼쳐나갈 전 실장의 행보에 도민들의 기대가 크다. 지난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내 행자부 기획조정실장 집무실에서 전 실장을 만났다.

"행정자치부의 핵심부서 중 하나인 기획조정실장을 맡게 돼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합니다만 그간 나름대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발휘하고 여러 선배님, 동료, 후배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최선을 다해 제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계획입니다."

행정자치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돕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로 하는 각종 지원을 집행하는 부처다. 행자부 기획조정실은 이러한 행자부의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비롯해 각 사업들을 평가하고 35조가 넘는 예산을 수립·관리한다.

전 실장은 사무관 때 5년간 조직업무를 담당한 것을 비롯해 2007년 국장 승진 이후 조직정책관으로 재임하며 통틀어 7년여 정도 조직통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중책을 맡게 됐다. 조직정책관 재임 시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가 단행한 정부조직개편에도 큰 역할을 맡았다.

"당시 직원들에게 국민 앞에 처절히 반성하고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국가안전체계를 튼튼히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정부조직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은 통상 조직국 공무원들이 전부 결정하지만 그땐 각 분야 민간 최고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해 우리의 권한을 위원회에 위임하고 저는 스스로 심의 의결권이 없는 간사 역할을 했습니다. 수개월동안 휴일도 없이 위원들과 함께 때로는 격론을 벌이며 회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 실장이 주도한 조직개편으로 재난안전 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국민안전처가 신설됐고 공직사회 개혁과 교육·사회·문화 분야 정책결정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혁신처와 부총리가 신설되는 역사가 이뤄졌다. 전 실장은 그러나 조직만 잘 설계되었다 해서 안전문제가 완벽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안전 시스템이나 안전문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유기적으로 잘 작동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전 실장은 기획·조직업무 뿐 아니라 지자체 근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경기도 실장 당시 그는 삼성전자의 평택 고덕산업단지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투자에 몰리고 있는 점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내 기업들이 자꾸 베트남, 중국 등 산업단지 조성을 해외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일자리도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삼성 고덕산업단지 유치로 청년 일자리 3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지자체가 기업들이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게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직에 있으면서 틈틈이 해외 근무 경험이 있는 전 실장은 공무원 사회의 틀을 깨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 유연근무제를 국내에 도입,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여성 공무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공무원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해외 근무 뒤 윤리복무관으로 복귀한 2010년도에는 유연근무제 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자기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에 근무할 때 업무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공무원 사회도 획일적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관 지시로 행자부 내 17개 국장이 재량근무를 실시했습니다. 유연근무제 지침 이후 처음 실시된 것인데 반응이 좋습니다. 책상에서만 하는 행정은 한계가 있으므로 잘하는 민간기업을 보고 배워야하고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전 실장의 행정가로서의 경험과 넓은 안목을 볼 때 그의 제주도 행정부지사행 무산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그는 기조실장으로 임명되기 한달 전 쯤 제주행정부지사로 내정됐었다.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했던 전 실장도 그런 소회를 밝혔다.

"공무원이라면 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자기가 태어나고 부모님들이 살아오신 고향에서 비록 짧은 기간이라도 근무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공직자로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고향발전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헌신하고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나 여러 인사 여건이 맞아야 해 그런 기회를 갖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전 실장은 공직 최일선에서 국정에 일조하며 제주를 빛낼 것이다. 제주 출신 후배 공무원들에게는 든든한 모델이 되면서 말이다. 전 실장에게 후배 공무원들이 참고할 만한 노하우를 묻자 그는 '어려운 일을 스스로 찾아하는 적극성'을 가장 먼저 꼽았다.

"종종 일부 후배공무원이 소위 권한이 많은 노른자위 자리나 아니면 일이 많지 않은 편한 자리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나 공직자로서 그 조직에서 인정을 받고 싶다면 남들이 싫어하고 회피하는 고되고 힘든 부서를 자진해서 찾아가 일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벌써 그 사람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적극성과 조직에 대한 헌신성을 스스로 보여준다면 다들 그 사람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 앞에 놓인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멀리 바라보면서 정도를 걸어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주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는 전 실장은 "요즘 특히 제주도의 급격한 발전상을 지켜보면서 우리 제주도민 여러분들의 저력과 지혜에 새삼 감탄하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제 부모님이 태어나셨고 우리 제주의 조상님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아름다운 제주가 계속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저도 고향을 위해 미력하나마 지자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행정자치부 공무원으로서 뒤에서 열심히 뒷받침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전성태 실장은 누구]제주에 대한 애정 남달라

전 실장은 1987년도 제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1988년 4월부터 공직생활을 시작, 행자부 재정기획관, 윤리복무관, 경기도 경제투자실장, 조직정책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애월읍 출신인 전 실장은 서울 대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자신의 고향을 자랑스러워하며 성공 후에도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이를 만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10대 초반까지만 제주에 살았지만 자신의 뿌리가 있는 제주에 대한 전 실장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런 그에게 제주 출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언제 느끼냐는 기자의 질문은 우문에 불과했다.

전 실장은 제주출신 공직자 모임인 제공회의 공동 부회장으로서 제주 출신들과의 교류에도 열심이다. 제주에 가면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시 탑동 근처 집을 꼭 한번 찾아본다는 전 실장.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는 고향집 앞에서 4형제를 위해 아버지가 심어 놓은 네 그루의 감귤 나무도 여전한지 들여다본단다. 탑동 앞 바다에서 몇 번이나 물에 빠져 위험한 순간을 겪었던 개구쟁이 시절을 떠올리며 전 실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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