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어기고 절반 깎은 제주농민수당 십자포화

약속 어기고 절반 깎은 제주농민수당 십자포화
의원들 "재정 여건 이유 안돼… 道 의지 부족"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통해 증액 시사
  • 입력 : 2021. 11.30(화) 16:05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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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치도의회 송영훈-김경미 의원.

제주도가 약속을 어기고 농민수당 지급 예산을 50% 감액해 편성한 것에 대해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의회의 권한으로 농민수당 증액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30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400회 정례회 농수축경제위원회 5차 회의에서 송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남원읍)은 "사업 우선 순위에 밀려 농민수당 예산을 감액 편성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농민수당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제주도농민수당위원회는 지난 7월 농민수당 지급액을 1인당 연 40만원으로 결정했지만, 제주도는 내년에 1인당 20만원만 지급하기로 하고 예산안을 제출했다. 지급대상은 도내에서 농사를 짓는 전업농민 중 3년 이상 제주에 주소를 두고 실제 거주하는 5만5900여명이다.

제주도가 농민수당 지급액을 절반으로 깎자 농민들은 "약속을 어겼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제주농민수당위원회에는 고영권 정무부지사와 담당 국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심의위 결정을 뒤집은 것은 제주도가 약속을 깨뜨린 것이나 다름 없었다.

송 의원은 "제주도는 농민수당을 감액한 이유로 어려운 재정 여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농민수당 제도를 도입한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면 이런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연간 60만원을 지급하는 전북과 전남의 한해 예산 규모는 각각 8조원과 9조원이고, 70만원을 지급하는 강원도의 예산 규모는 7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의 내년 예산 규모는 6조원3900여억원으로 이들 지자체보다 15~30% 가량 적지만, 이런 재정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도내 농민수당 지급액은 타 지자체의 3분1수준에 불과해 제주도의 해명이 옹색하다는 게 송 의원의 지적이다. 송 의원은 "농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당초 약속이 지켜지도록)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농민수당이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농민수당을 감액 편성한 것은 재정 여건 문제 때문이 아니라)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정은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천동·중문동·예래동)은 "농민수당위원회에 정무부지사와 기획조정실장도 참여하고 있는데 심의위 결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제주도의 약속 이행 의지가 부족했다고 질타했다.

한편 의회가 특정 예산을 증액하려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지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도지사의 사전 동의가 없어도 의회가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 통과시킬 수 있지만 이 경우 증액한 사업에 대해선 제주도가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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