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3일 2억달러 대북송금 지원 파문과 관련, “진상은 밝혀져야 하지만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 진상규명의 주체와 절차, 범위 등은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날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와 인수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대북송금 지원 파문에 대해 이같이 입장을 정리했다고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이 전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언급은 현대상선 대북송금 사건의 처리 문제는 전적으로 여야간 초당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그러나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수사 착수 여부까지도 국회에서 판단할 경우, 검찰권 침해 등의 논란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국회에서 양식을갖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 수사없이 곧바로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들어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어디를 건너뛰어라, 어디를 해라 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그 판단도 국회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노 당선자의 ‘진상규명 국회판단’ 언급에 대해 “시일을 오래 끌지 않고 한꺼번에 처리됐으면 하는 기대가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2일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의 언급도 노 당선자의 뜻과 다르지 않다”면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국회에서의 초당적 합의를 통한 해결을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2일 현대상선의 대북송금과 관련, 검찰수사와 특검제 및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대통령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서청원 대표는 이날 미국방문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 처리에 있어 정치적 고려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선 특검을 도입, 철저한 진상규명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기문란 범죄혐의가 드러날 경우 김대중 대통령은 퇴진을 포함해 직접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노무현 당선자도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검찰이 설연휴 즉시 수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특검제와 국정조사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는 범죄적 수법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데 범죄적 수법이 사용된 경우 국정조사보다 특검이 강력한 진실규명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규택 총무는 “대북 송금이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면 이적행위이고, 뒷돈거래로 정상회담의 대가를 지불하는 국민기만은 남북교류법과 외환거래법 등에 걸릴 것”이라며 “특검은 국정조사나 검찰 수사가 제대로 안됐을 경우 요구하는 것”이라고 국정조사 조기실시에 무게를 뒀다.
박종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정권이 극구 계좌추적을 거부한 이유가송금 자금이 정상회담 대가였고, 그런 사실이 밝혀지면 대선에 치명적으로 불리해서였기 때문임이 밝혀졌다”면서 “김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진상을 고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