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제비는 인간과 친숙했다. 더욱이 박씨를 물고 왔으니 행운을 가져다 주는 길조임에 틀림이 없다.
‘박씨 물고 온 제비’는 애월읍 고성리 중산간도로 변에 위치한 향토음식점이다. 주인 김선숙씨(53)가 97년부터 문을 열어 이름난 향토음식점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음식점 주변을 둘러보면 음식만들기와 나무가꾸기 녹차재배 서예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은 주인 김씨의 쉼 없는 손길이 느껴진다. 특히 음식에 맛과 멋이 담겨 있기에 단골들이 다양한 외부손님들을 끌어오는 것이니라.
항파두리 입구 서쪽에 있는 극락사와 맞닿은 ‘박씨 물고 온 제비’는 우선 절간풍경으로 인해 손님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슬라브와 나무집, 천막 등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해도 옆마당에 잠시 머물면 돌과 나무, 그리고 물이 흐르는 분위기에 푹 빠지게 한다.
식당 후면은 항파두리성을 오르는 길이 있었던 곳. 지금도 그 주변에 있는 구시물과 옹성물들은 주인 김씨의 얘깃거리 중의 하나다.
이 식당의 맛은 향토음식에 있다. 옛날 제주사람들이 많이 먹었던 양애지와 마늘지 자리젓 등이 기본반찬으로 나오는데 밥맛을 배가시키는 등 그야말로 일품이다. 단골들이 외부손님들을 모시고 오는 이유도 이들 반찬만으로도 제주에도 향토음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
전통음식을 기본으로 하고 토렴탕(꿩샤브샤브)과 토종닭 죽통영양밥 등이 주메뉴다.
토렴탕은 바로 잡은 싱싱한 것을 재료로 해서 만두 메밀국수까지 세 사람이 3만5천원만 내면 별미를 맛 볼 수 있다. 더욱이 꿩고기는 겨울철로 접어드는 이때가 제맛을 낸다. 간의 기력을 되살려주고 눈을 밝게해주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맛은 담백한 맛에 소화 흡수가 잘되는 육류이다.
이 곳의 꿩만두의 경우 꿩의 뼈에 감자 대파 양파 마늘로 푹 우려낸 육수에다 꿩고기 양파 두부 숙주나물 쪽파 등을 다진 것을 넣고 만든 일품요리다. 만두속 어느 것 하나 홀로 튀는 맛이 없이 그 맛냄이 공평하다. 꿩만두, 그리고 순수 100%의 메밀국수가 각각 5천원이다.
여기에다 녹차동동주와 주인 김씨가 직접 담근 매실주와 좁쌀막걸리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무튼 ‘박씨 물고온 제비’에서는 향토음식의 맛과 멋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직접 재배한 녹차잎을 따서 손님들에게 시음하는 기회를 주는 등 주인의 남다른 정성도 있다.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겨울철에 이 곳에 들러 꿩고기와 뜨거운 국물에 향토주를 곁들어볼 수 있다면 남부럽지 않는 넉넉함이 될 듯하다.